등록금 인하 삭발투쟁 전 총학회장, '맞춤형 장학금' 검색사이트 열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지난 2012년 여름, 당시 성균관대 자연캠퍼스 총학생회장 임종민(29·사진)씨는 동아리 후배가 낮에는 학원강사를, 밤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부모님이 운영하던 음식점이 문을 닫으면서 등록금을 직접 마련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미 교내 장학금 신청도 놓친 시점이었다. 당시 임씨는 학교 장학지원팀과 전국의 장학재단 정보를 다른 학교 게시판, 각종 장학재단 홈페이지 등을 돌며 수집하던 중이었다. 후배에게 적절한 장학재단을 소개해줬고 후배는 장학금을 지원받아 2학기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총학생회장 임기 2년 동안 임씨가 모은 전국의 장학재단 정보는 총 2667개에 달한다. 임씨는 등록금을 고민하는 학생들이 총학생회실을 찾아오면 수집한 정보를 뒤져 적절한 장학재단을 소개해주곤 했다.

 지난달 30일 이 방대한 장학금 정보에 모든 학생들이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임씨가 장학금 정보를 한데 모은 검색사이트 ‘장학도사(www.janghakm.com)’를 열었기 때문이다. 전국 2667곳의 장학재단 정보를 조건·종류별로 검색할 수 있고 이용은 무료다. 가입비도 없다. 사이트의 장학금 검색창에 대학과 소득을 입력하면 조건에 맞는 장학재단의 장학금 정보가 나타난다. 지역연고·소득·성적·유학 여부 등 종류에 따라 장학금을 검색할 수도 있다. 예체능 특기자만을 위한 장학금 정보도 따로 정리돼 있다. 조만간 새터민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코너도 준비할 예정이며 모바일 서비스도 이달 안에 출시한다.

 임씨는 “장학재단별로 지원조건이 제각각이라 적합한 장학금 정보를 찾아주는 검색사이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장학금 정보를 모으게 된 계기는 2012년 등록금심의위원회에 학생대표로 참여하면서다. 학교 측과 8차에 걸친 등록금 협상을 벌였지만 학교 측은 등록금 인하를 거부했다. 결국 다른 총학생회장 임원들과 함께 서울 명륜동 캠퍼스 한복판에서 삭발투쟁을 벌여 등록금 2% 인하를 끌어냈다. 임씨는 “등록금은 인하됐지만 학생대표의 한계도 뚜렷이 느꼈다”며 “정부나 학교의 도움 없이 학생대표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장학금 정보 전달이라고 생각해 닥치는대로 모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임씨는 총학생회장 임기가 끝난 지난해 11월부터 2667곳의 장학금 정보를 종류별로 일일이 분류했다. 임씨는 “사용자 게시판을 통해 받은 의견을 반영해 장학금 검색을 더 세분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서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