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동의 정상화방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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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상적인 경제활동은 평시·비상시를 막론하고 국가의 안전과 번영을 보장하는 가장 핵심적인 밑바탕이 된다.
정치의 안정, 튼튼한 국가보위도 요는 경제발전을 기하고 이를 기반으로 할때에만 소기의 효과를 거들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예기치 않았던 돌발사태가 발생하면, 흔히 경제정책이 방향타를 잃고 표류하기가 십상이다.
정부가 국민경제에 혼란이 일지 않도록 경제정책을 여건변화에 맞추어 신축성있게 운용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통화·생산활동·외환·물가문제에 대처하기로 한 것은 현싯점에 비추어 필요불가결한 조치일 것이다.
그러나 가변적인 경제적요인이 발생했다고해서 경제정책기조 자체가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전제를 잊지말아야 겠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즉, 정부가 당초에 내걸었던 안정추구가 정책의 기본골격이 되고 거기에 부수되는 제반여건에 문제점이 발생했을 때는 「케이스·바이·케이스」로 그 애로를 제거하는 신축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경제의 흐름이 일시적인 충격에 의해 완전히 방향을 바꾸리라고는 애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경제에 영향올 미치고 있거나 미쳐올 것이 예상되는 문제에 대한 단기적 처방은 장기적인 안정화와 연관하여 탄력적으로 조정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우선 긴축정책으로 인해 기업의 자금사정이 악화하고 있는 점을 감안, 일시적인 통화증발에 구애받지않고 필요한 자금을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무리한 통화수축으로 기업의 자금난이 가중되어 도산 등의 사태가 연발한다면 경제적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안정을 의해서도 소망스럽지않다.
기업자금의 최대한 지원은 그런 점을 고려하고 있는 것 같지만, 9월말까지의 통화공급이 이미 2조9천9백73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8%나 증가하고 있으므로 무제한한 통화증발은 스스로 한계가 있을 것이다.
거기다가 추곡수매자금, 연말에 집중될 수출금융 등 계절적인 자금수요가 겹치고 있어 통화증발의 절제가 오히려 요청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통화의 적정공급이 당연한 명제가 된다.
명백한 통화환수 수단이 없는 한 통화를 적정하게 공급하려면 이른바 성역화된 정책금융의 수요를 가능한대로 억제하고 선별금융을 강화하는 길 밖에 없다고 본다.
9월말 현재 정책금융의 지원액이 2조3천6백55억 원으로 총 대출의 80%를 차지하기까지에 이른 금융의 경직화 현상은 시경되어야 할 것이다.
연말까지 정책금융지원계획 금액의 잔액이 약 1조원 남아있는 것을 동결하고 거액이 집중되는 중화학공업부문의 계속적인 지원도 유보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이는 예산의 「타이트」한 집행을 강요하는 것이므로 확고한 정책제시를 요구한다.
다음으로 정부가 기초 「에너지」 값을 비롯. 공공 「서비스」 요금과 각종 공산품 값의 인상올 불허키로하고 생필품의 책임생산제를 실시키로 한 것은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과의 교환조건인 듯한 인상을 받는다.
부당한 가격인상율 저지하는 것은 물가정책의 기초라는데 이논이 있을 수 없다.
다만 가격인상요인을 일률적으로 무시한채 책임생산을 강요함으로써 기업의 생산활동이 위축되어서는 곤란하다.
가격정책이 탄력성을 잃은채 강행됨으로써 더 큰 희생을 치렀던 지난날의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되겠다.
정부가 공공기관이나 국영기업체의 경영적자를, 경영합리화를 통해서보다는 가격인상으로 해결하여 공산품가격상승을 선도해 온 값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가격인상불허는 공공요금에서부터 철저히 이행되고 공산품가격은 기업의 생산을 활발하게 자극하는 적정이윤을 보장하는 선에서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올해들어 가장 우려되는 부문은 외환·국제수지 동향일 것 같다.
상품수출은 9월말 현재 1백8억9백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8%가 늘어난, 예년과 거의 비슷한 신장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상품수입은 1백48억7천7백만 「달러」로 44·4%의 급격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따라 경상수지는 9개월동안 30억3천만 「달러」의 적자를 시현했다.
수출둔화, 수입격증의 원인은 제2차 「오일·쇼크」로 인한 원유도입 부담증가와 세계적인 「인플레」 현상에 따른 원자재가의 상승, 중화학공업확층 시설재의 도입 계속 등, 지출항목은 커지고 있고, 반대로 해외경기후퇴가 수출시장의 수요감퇴 및 가격경쟁을 유발한데 있다.
정부는 수출인역조에서 연유하는 경상수지적자를 자본수지의 흑자로 메워왔던 것이나, 국내의 외환사정의 불안으로 그것마저 여의치 못하게 되고 대외거래가 움츠러들 것에 대비, 「뱅크·론」 등의 단기차입을 확대키로 했다고 한다.
이는 73, 74년의 외환위기를 넘긴 응급조치의 재현이며,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 될 수 밖에 없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수출입구조상의 불균형을 재점검하여 지나친 수출지원을 해야하는 출혈수출 분야는 과감히 절단하고 비교우위에 있는 수출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산업재편성의 「플랜」을 짜야하며 안정적인 원자재공급 「루트」를 확보하는 미래지향적 노력이 있어야겠다.
이상과 같은 경제수단의 종합적인 평가는 결국 물가에서 드러나게 마련이다.
기업활동자금을 지원하고 공산품 가격을 누른다는 정부의 경제활동정상화방안은 연말의 물가불안을 줄이는데 어느 정도 단기적인 효과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번 기힉에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장기적으로 경제안정화를 실현하는 길을 가는 데는 갖가지 진통을 예견할 수 있었던 것인만큼 인내심올 갖고 경제적 왜곡현상을 바로잡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국가질서자체에 중대한 시련이 가해지고 있을 때, 그 시련을 극복하고 이를 계기로 더 힘찬 민족의 전진을 보장하는 길은 다른 무엇에도 앞서서 위축없는 경제활동을 통한 경제안정이라는 인식을 더한층 뚜렷이 해야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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