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려수도일대|멸치잡이호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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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멸치잡이 어부들의 풍어가가 한려수도에 울려퍼지고 있다.
해상국립공원인 한려수도는 점점이 떠있는 섬들의 모습도 아름답지만 청정해역 곳곳에서 그물을 끌어올리는 어부들의 조업광경은 그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백20통의 권현망이 출어
한려수도에서 조업하는 어선의 대종을 이루는 것은 충무와 마산에 기지를 둔 멸치잡이 기선권현망 (기선권현망)어선들. 멸치잡이는 크게 자망(자망)과 권현망으로 나눈다.
자망은 동해남부해역에서 주로 어획, 젓갈용 생멸치로 팔려나간다. 한려수도의 권현망은 연간 1만여t을 어획, 마른 멸치로 판매한다. 현재 남해안에는 1백20통의 권현망이 7월부터 출어, 조업중에 있다.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은 법정금어기인 산란기여서 배와 그물·어장등을 손질한 다음 한려수도에 녹음이 짙어지는 7월부터 조업에 나서는 것이다.
올해는 7월의 잦은 장마와 8월의 잇따른 태풍의 영향이 있었으나 9월말현재 1만5백35t을 잡아 59억원의 위판고를 보였다.
어황이 좋자 조업중인 선단에서는 신명이 솟아 그물을 당기면서도 피로한줄을 모른다.
어획량 늘었지만 값폭락
그러나 어장막의 사정은 달랐다. 지난해는 어가가 부대당(3㎏) 평균2천4백원을 넘어 9월말 위판고가 56억원에 달했으나 올해는 어획량이 훨씬 많으면서도 부대당 1천4백원으로 떨어져 위판액은 59억원에 그쳤다.
어부들의 임금과 그물값·기름가격등은 30%가량 오른데 비해 수입은 상대적으로 낮아 풍어속의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권현망업계의 지난해 위판고는 93억원으로 충무를 중심으로한 남해안경제의 60%를 좌우하고 있다 .이때문에 권현망의 적자조업은 남해안 경제권에도 그만큼 큰영향을 주게됐다.
위판실적처럼 권현망은 우리나라 연안어업중 그 규모가 가장큰 업종이지만 인력이 많이 소요된다는 결점을 안고있다.
어구개선·식품가공 시급
어로장이 탄 어탐선이 어군을 찾아내면 본선2척이 달려가 그물을 치고 1시간 가량 서서히 끌어 올리면 뒤따라 다니던 가공선이 잡은 멸치를 넘겨받아 해상에서 소금물에 삶아낸다. 삶은 멸치는 다시 운반선에 실려 연안에 자리잡은 어장막으로 옮겨져 햇볕에 말려진다.
올들어 권현망업계도 판매가 하락등에 대처하기위해 어구의 개선과 새로운 가공식품의 개발에 주력,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연안어업의 기술쇄신에 눈뜨기 시작했다.
멸치는 칼슘이 64·4%나
이미 인력을 줄여 어로경비를 절약하는 생력화 (생력화) 사업에 성공했다. 부산수대 이병기박사에게 위촉, 손으로 그물을 끌어 올리는 것을 기계화함으로써 양망(양망)어부 30명을 15명으로 줄이는데 성공한 것이다. 내년쯤이면 이 생력화가 서서히 추진돼 연간 톤당 2천만원, 업계전체에서는 20억이살의 인건비 절감이 기대된다. 남은 문제는 가공기술의 개발이다.멸치는「칼슘」을 64·4%나 함유하고 있고 뼈째 먹는 자연식품이어서 성장기의 어린이와 임산부·노약자등에게 특히 좋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조리방법등이 개발되지 않아 가정에서 외면되는 일이 많아 이를 「인스턴트」 식품으로 개발하는 것이 권현망업계가 안고있는 과제다.<부산=이무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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