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운동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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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어린이들 세계에서 운동회나 소풍가기 그리고 수학여행만큼 흥거운일이 또 있을까. 모든 어린이들은 이런 학교행사의 전날밤이면 운동복을 비롯한 기마 기구를 가지런히 머리맡에 개놓고 마음설레면서 잠자리에든다. 각종경기의 영위안에 들어 상품을 탄 어린이들이 가슴을 펴고 그럴수 없이 의젓하게 어머니를 찾아가는모습, 생각만해도 흐뭇한 정경이다.
어린이들의 함성이 터지는 열띤 분의기에 휩쓸리다보면 격려하러온 어른들까지 동심의 세계에 동참하여 마냥 즐거움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인이되어서도 그들이 어린시절 어떻게 열심히 공부를 했다는 것보다는 차라리 운동회·소풍·학예회의 가장 소중한 추억으로 삼는 것이 아닐까.
특히 추수를 마친 농촌국민학교의운동회는 풍성한 가을의 생기를 상징할뿐 아니라 지역사의 전주민의일체감을 조성하는 마을의 축제도 되는 것이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체력단련을 위해서는 물론 어린시절의 낭만파 꿈의 요람인 국민학교 운동회가 이른바 잡부금징수에 따른 부작용을 없앤다는 이유때문에 6년동안이나 중단되었다가 76년에 다시 권장사항으로부과되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경제염에 따른 갖가지 말썽으로 다시 유명무실화 했던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문교부가 내년부터 전국 각국민학교의 운동회를 1년에 한번이상 열도록하고 특히 한 학교에 30만원씩 보조금을 지급기로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미급하키는 하지만 이만한 국가보조나마 활용여하에 따라서는 그동안 경회염출의 어려움으로 형식에 흐른 경향을 보였던 운동회에 큰 활력소가 될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년l회이상 실시를 교무화한 것을 비롯해서 잡다한 세부지침을 내려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바람직한 일이 못된다.
경기종목의 선정이나 운영에까지 일일이 지시하고 간섭하는것은 학교교육의 자율성을 저해할 우려조차 있는것이다.
국민학교운동회가 단순한 교내행사가 아닌 지역사외의 축제라는 성격을띠고 있음은 이미 지적한바와 같다.
따라서 경기종목도 상타기 위주의 개인종목보다는 단체종목을 많이 넣어 어린이·학부모·주민들이 한데 어울려마음껏 즐기는 미풍양속을 샅리도록 한것은 나무랄 수 없는 일이라 하겠다.
대만 그러한 조짐이 강제성을 띠어 운동회가 획일화·편식화되는것보다는 학교장의 재량에 맡겨져 학교나름, 그지역사회의 복수여건이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보다 교육적 효과를 살리는 방향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흔히 교육 지제·덕제·육의 세가지가 고루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지육에만 치우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번 운동회의 본격적 부활은 사유의 중요성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제고시키는 계기로 삼아야겠다. 체육은어린이들의 몸을 튼튼하게 해줄뿐 아니라 마음도 튼튼하게 만들어주는·가장 효과적인 교육수단이다.
더우기 자언환경의 파괴, 인간생의 상실등 고도성장의 여파가 우리에게드미치고 있는 현실에서 정신건강에 더욱 위해를 주는 운봉부족을 막는 갖가지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도시의 경우 자연학습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소풍가기가 같이행되기 않고있는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물론 교통편등 애로점이 많고 자주 말썽이 열어온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해서 소풍을 아예 가지않는다는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못담그는 격이란 비판을 면할수 없을것이다.
운동회부활과함께 어린이들의 소풍가기도 적극적으로 권장할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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