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으로 외제 귀중품을 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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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금 일본에서는 유력국책회사인 국제전신전화(KDD)가 회사방침으로 선물용 목걸이·반지 등 외국제 귀중품을 해외여행 사원들의 휴대품으로 세금을 내지않고 들여오고있음이 밝혀져 큰 물의가 됐다.
지난 2일 소련·영국여행을 끝내고 귀국한 KDD 사원이 고급장신구 30여점(싯가 수천만「엔」)을 들여오면서 세관검사에서는 일부만, 그것도 3백만「앤」어치로 과소신고하여 관세법 위반협의로 구속됐고 반지 등 일부 휴대품은 압수당했다. 이들은 『사명에 의해 귀중품을 구입했다』고 변명했으며 「이따노」KDD 사장은 『해외「바이어」들에 대한 선물조로 연간 3·4회, 1회에 1천만「엔」어치의 귀중품올 사오고 있다』고 말해 이것이 회사방침임이 입증됐다.
KDD는 자본금 1백 65억「엔」(약 4백억원)의 국제전화「텔렉스」등 국제전기 통신업무 독점 기업.
그래서 연간 2백∼3백명의 외국손님이 회사를 방문하여 장사 상담을 한다.
『외국손님에게 선물을 주는 것은 일본적 관습이다. 누구에게 어떤 것을 선물하느냐는 것은 회사의 기밀이다.』
「이따노」사장의 말이다. KDD의 선물공세 내용을 보면 외국의 차관급 손님에게는 보통 20만「엔」, 차관보급에겐 15만「엔」, 국장급에겐 10만「엔」 정도의 선물을 주고있다.
일본의 「산께이」신문은 금년들어 KDD를 다녀간 6명의 외국 각료를 전화로 불러 이 사실을 물었다. 다음은 「스리랑카」우정전기통신상 「위제통가」씨와의 전화내용.
문=「이따노」사장을 아는가?
답=알고있다.
문=그로부터 1백만「엔」정도의 외국제 선물을 받은 일이 있는가?
답=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모르겠다. 아무런 선물도 받은바 없다. 「이따노」사장이 그러던가? 외교「채널」을 통해 이 사실을 분명히 규명하고 넘어가야 하겠다.
그밖에 서독의 「그샤이들레」교통우정상, 「오스트레일리아」의 「스탤리」우정통신상 등 모두가 「산께이」신문의 전화를 받고 펄쩍 뛰면서 선물받은 사실을 부인했다.
이 사실을 KDD측에 알리자 『그분들에겐 선물올 주지않았다. 우리회사를 방문한다고 모두 선물을 주는 것은 아니다』고 얼버무렸다.
작년 5월의 「나리따」공항 개설이후 지난 1년 반동안 약 10회, 1억 수천만「엔」어치의 귀중품을 이번과 거의 같은 수법으로 들여온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따노」사장은 『중동·동남아의 높은 분들은 일제보다 「유럽」제를 더 좋아하기때문』이라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일본에서도 외제는 얼마든지 살 수 있다. 더우기 외국손님에게 주는 공식선물은 경리면에서도 손비로 처리해 준다.
굳이 외국에서, 그것도 밀수형식으로 귀중품을 들여온 것은 일본에서 파는 외제는 가짜가 많고 또 국내 고위층에게도 선물하는 등 밝히기 어려운 뒤가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KDD의 선물을 받은 사람은 미국·중동·동남아 등 외국손님 약 1천명, 그리고 국회대책을 위한 일본인 대상자 약 4천명, 합계 5천명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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