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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산한 서막…미국 선거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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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싱턴=김건진특파원】내년 11월의 미국 대통령, 상·하원의원선거전을 앞두고 전초전부터 특정후보의 인기를 깎으려는 선거전략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특히 민주당 대통령후보지명을 둘러싼 「카터」·「케네디」의 대결, 민주당 진보파 의원들에 대한 미국 보수정치단체들의 활동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케네디」 선거위 피소|"정치 자금 불법 모금·유용"|카터측, 연방선관위에 제소>
민주당의 「카터」선거위원회는 같은 민주당의 「케네디」선거위원회가 불법적으로 정치자금을 모금하여 유용하고 있다고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에 지난 4일 제소, 양파의 후보경쟁은 전초전부터 헐뜯기 집안싸움으로 번질 기세다.
「카터」측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의 연방선거법과 정치자금규제법에 따라 후보자는 전국적인 선거위원회를 하나밖에 운영할 수 없는데 「케네디」진영은 각 지방단위로 25개의 선거위원회를 조직해 놓고 실제로는 전국적인 선거활동을 하고 있다는 비난이다.
법규정으로는 일반시민이 선거위원회에 헌금할 수 있는 한도는 1천「달러」, 정치단체 등의 경우 5천「달러」가 상한인데 「케네디」측은 각 지방선거위원회가 따로 현금을 받아 불법 유용하여 이 상한선 규정을 어겼다는게 「카터」측의 제소이유다.
이를테면 미 기계공작조합측은 「케네디」진영에 2만「달러」나 제공했고 최초로 예비선거가 있을 「뉴헴프셔」주나 「아이오아」주 등에서 이 자금을 사용함으로써 「케네디」측이 각기 지방별로 독립된 형태의 위원회를 가지고 실제로는 전국적인 운동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대통령후보지명전에서 법망을 교묘히 피하는 이와 비슷한 예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양측의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 이런 비위폭로전술은 열도를 더해갈 것으로 보인다.

<「케네디」여비서 익사사건 영화화|내년 여름 개봉 목표 80만달러 들여 촬영>
「케네디」의원의 내년 대통령선거 출마발표를 앞두고 그의 정치이력에 망령처럼 따라다니는 이른바 「채퍼퀴디크」사건을 영화로 만들겠다는 영화제작자가 나타나 「케네디」선거참모들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채퍼퀴디크」사건이란 「케네디」의원이 69년 7월 18일 밤 「파티」를 끝내고 그의 비서 「메리·코페크닉」양(26)과 함께 돌아가다가 「매사추세트」주의 「채퍼퀴니크」섬에서 자동차가 늪에 빠져 「코페크닉」양은 익사하고 「케네디」의원만 살아남은 사건이다. 「케네디」의원은 사고가 난지 수시간 뒤에 이를 경찰에 신고, 의혹을 불러 일으켜 재판으로 까지 확대됐으나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이 사건을 80만「달러」(4억원)의 비용으로 영화화 하겠다고 나선 「할리우드」의 「글렌·스텐슬」이란 무명의 제작가는 내년 여름 완성을 목표로 이미 촬영작업에 들어갔다.「케네디」 진영에서는 이를 두고「글렌·스텐슬」이란 사람이 「카터」대통령의 괴짜로 알려진 「빌리·카터」를 소재로 영화화하려다 그만두었다는 「전력」을 들어 이는 「케네디」의 인기를 떨어뜨리려는 「음모」라고 겉으로는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 「케네디」의원 역시 「채퍼퀴디크」사건은 단순한 우발적 사고였으며 자신이 양심에 거리낄 일은 없다며 자신이 대통령에 출마하는데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전이 한창 고조될 무렵인 내년 여름에 이 영화가 상영된다면 「케네디」의원의 지지표를 깎아먹을 것은 확실할 것 같다.

<진보파 의원 낙선 운동|처치 등 상원의원 5명 대상|보수단체서 표깎기 작전>
내년 11월의 미국선거는 태통령뿐 아니라 상원의석의 3분의 1개선도 겸하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한꺼번에 개선대상에 든 민주당의 진보파 거물인 「프랭크·처치」(외교위원장), 「조지·맥거번」(전 대통령후보) , 「버치·바이」(인디애나), 「앨런·크랜스턴」(캘리포니아), 「존·칼버」(아이오와) 등 5명을 낙선시키려는 보수정치단체에 의한 이른바 「마이너스」선거운동이 한창이다. 보수정치단체에 의한 이 특정의원 낙선운동은 TV의 상업광고수단까지 동원, 상대의원의 정책뿐 아니라 그들의 사생활을 들춰가면서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미국내의 보수회귀풍조에 밀려 내년선거에서 고전이 예상되고 있는 진보파 의원들에게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이들 보수정치단체의 공략은 여간 큰 골칫거리가 아니다.
미국에는 현재 2천여개의 보수정치단체가 있는데 이 중 「미국보수정치행동위원회」는 1차 공격목표로 민주당출신 상원의원 5명을 선정, 70만「달러」를 집중적으로 투입하여 재선을 막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 중에서 가장 큰 공격의 대상은 상원의원 4회 당선 24년의 경력을 가진 「프랭크·처치」. 그의 출신구인 「아이다호」주 보수정치 단체들은 그동안「처치」의원의 반보수적인 정치활동을 낱낱이 분석, 「아이다호」주 같은 보수색이 강한 지역에서는 「처치」를 당선시킬 수 없다고 TV상업광고를 통해 반「처치」운동을 맹렬히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항해 「처치」의원은 『「히틀러」같은 수법』이라고 반격을 가하고 있으나 최근 미소관계에 강경입장을 취하는 등 종전보다는 「덜 진보적」인 입장을 보여 보수정치단체들의 세력이 만만치 않음을 반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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