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구(기획원 정책조정국장) 최우석(본사 경제부장) 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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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안정화시책 6개월을 넘은 우리 경제는 산업생산둔화, 경기예고지표의 하강, 통화량의 급증 등 종잡을 수 없는 매우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우리 경제의 현 위치와 앞으로의 전망을 경제기획원 이형구 정책조정국장과 본사 최우석 경제부장의 대담을 통해 진단해 본다.
최=경기예고지표가 0.9%로 떨어져 하향성안정권을 일탈했더군요. 이런 현상은 「오일·쇼크」이래 4년 3개월만에 처음인 것 같은데 심각한 것 아닙니까.
이=72년에는 0.5%까지 떨어졌고 74년 하반기에도 0.6%까지 떨어졌읍니다만 그 후에는 처음으로 0.9%까지 떨어진 셈입니다.
8월 중의 경기예고지표가 이렇게 떨어진 것은 산업생산이 부진했다는데 원인이 있습니다만 특히 포철과 장항제련의 보수공사 때문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최=그 동안 고도성장을 했다면서 2개 공장의 보수로 경기가 떨어진대서야….
이=아니 그것은 예를 든 것이고 그것이 이유의 전부일 수야 없지요
최=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일시적인 현상이냐, 아니면 구조적인 불황으로의 진입이냐 하는 점인데 어떻게 보십니까.
이=7월 중에 경기예고지표가 1.1%로 떨어졌을 때 제 개인 생각으로는 그 이하로는 안 내려 갈 것으로 보았는데 더 내려갔습니다. 결국 총수요관리가 성장면에 나타난 것이지요. 안정화시책추진이 지수에 반영됐다고 할까요
최=그렇다면 생각보다 「오버킬」됐다는 얘긴데 이 수준을 바닥이라고 봅니까.
이=상반기까지는 자금관리가 「타이트」했으나 3·4분기에는 자금이 많이 풀렸습니다. 상반기에는 월 2천억원씩 공급되던 것이 3·4분기에는 3천억원썩 나갔습니다. 이 자금이 생산활동을 뒷받침한다고 보면 더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최=경기예고지표가 0.9%로 떨어졌다는 것은 3개월 뒤에 어떻다는 얘기인데 지금 가만히 있어도 되겠읍니까.
이=예상보다 경기하락이 심한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회복책이 필요로 할 정도로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경기엔 항상 기복이 있는것 아닙니까. 어떻든 지금이 바닥권으로서 앞으로 다소 나아지리라고 봅니다.
최=경기국면에 대해 업계는 어렵다고 보는데 경제기획원은 상당히 낙관적이군요. 오히려 과열에서 정상으로 넘어왔다고 본다는 얘기군요.
이=정상이란 말은 정확치 않지만 어쨌든 긴축의 범위내가 아니냐. 못 견딜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지요. 이렇게 돼 현추세대로라면 하반기 성장율이 6∼7% 정도 되어서 금년 평균으로 8∼9%가 되지 않을까 봅니다.
최=성장율은 그렇게 될지 모르지만 신규 설비투자가 거의 없다 하는 점 등 앞으로의 지속성장에 상당히 우려할 만한 점이 많지 않습니까.
이=재작년에 설비투자가 크게 늘었는데 단기적으로는 이것도 「인플레」의 원인이 됐습니다. 단기적으로 투자가 진정된다는 것은 긴축추진과 관련, 오히려 괜챦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오래 끌면 안되겠지만-.
최=경기예고지표 0.9%를 정상으로 볼 수 있습니까. 물가는 물가대로 강세를 보이는데 경기가 하향성안정대에도 못드는 것은 상당히 심각한 사태같은데요. 또 앞으로의 물가도 낙관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긴축도 소리만 요란했지 요즘은 어딘가 맥이 빠진 것 같아요.
이=통화관리가 걱정이라면 걱정입니다.요즘 통화가 다소 는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한다면 연말까지 25%선에서 억제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최=우리 경제가 물가는 오르고 경기는 떨어지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에 들어가는 것 같은데 반전 가능성이 있는지 모르겠읍니다.
이=물가가 많이 올랐지만 7월 이래 다시 수속되고 있지 않습니까. 앞으로 월 1%정도의 완만한 상승을 보일 것으로 생각되는데 결국 고원안정이라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갈 것으로 봐야지요.
최=지난 상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으나 장차는 잘될 것이란 희망이 있었읍니다. 그러나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내년이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4·4분기에 다시 죌 수 있느냐가 문제인데 우선 정부내에서는 「컨센서스」가 이뤄지지 않는 것 같고 솔선수범해야 할 경제기획원이 추경을 짜는 등 문제가 있어요.
이=안정을 이루자는 데는 「컨센서스」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다만 정책수단에는 이견이 있지만…방법상 의견이 다른 것은 이상할 게 없지요.
최=방법의 차원이 아닌것 같아요. 모두가 안정을 하자는덴 이견이 없지만 그 댓가로 무얼 희생하라 하면 반대입니다. 결국 아무것도 희생하지 않는 안정을 하자는뎨 「컨센서스」가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지요. 이른바 「총론찬성·각론반대」이지요.
이=여러가지 어려운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길게 볼때 우리 경제는 확실히 나아가고 있지 않습니까. 경제발전과정에서 여러 난제가 생기는 것이 오히려 정상이라고 보고 자위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과거에도 여러 난제속에서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러리라고 봅니다.
지금도 한국경제가 더 「야물어」지기 위한 진통이라고도 볼 수 있지요.
최=지금은 조정기란 얘긴데 언제쯤 정상화된다는 것입니까.
이=내년까지도 조정작업이 계속돼야겠지요.
최=경제정책의 조정을 맡고 있는 분이 이토록 자신있고 희망에 차 있으니 마음 든든합니다. 이 기대가 헛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오랫동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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