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 월드컵 적자 500억 넘자 '시청자에 떠넘기기' 소송 준비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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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공동 중계한 지상파 방송 3사의 손실이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적자를 만회하기 위한 무리수가 이번 대회를 둘러싼 또 하나의 논란으로 떠오르고 있다. 9일 방송통신위원회의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월드컵 중계방송으로 인한 손실 규모는 3사 합쳐 5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에 지상파들은 케이블TV·IPTV 등 유료방송에 월드컵 중계방송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며 법정 소송을 준비 중이다. 월드컵 시작 전부터 기존의 재전송료 외에 월드컵 방영분을 추가 지불하라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마침내 소송이라는 카드를 빼든 것이다. 만약 이 소송에서 지상파가 승소할 경우, 결국 유료방송 이용요금 상승으로 이어져 흥행 실패의 부담을 시청자가 떠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월드컵 흥행 실패는 무엇보다 비싼 중계권료 탓이란 진단이 많다. 한국광고주협회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인한 광고 판매 부진도 있지만 애초에 SBS가 중계권을 너무 비싸게 사온 게 더 문제”라고 말했다.

 지상파 3사가 공동 구매했던 2006년 독일 월드컵의 경우 중계권료가 265억원이었다. 하지만 SBS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과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중계권을 각각 715억원, 760억원에 독점으로 따냈다. 기존 액수의 3배다. 여기에 대한민국 16강 탈락과 새벽 경기 시간도 악재가 됐다.

 지상파 3사가 케이블과 IPTV를 상대로 갑작스럽게 월드컵 중계 사용료를 내라고 요구하는 것도 손해를 줄이기 위한 전략이란 분석이다. 지상파 측은 “기존 재전송료 계약서에 월드컵에 대해서는 별도의 비용을 내야 한다고 돼있다”며 반드시 대가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유료방송 측은 “지상파에 돈을 더 주면, 결국 요금을 인상해야 하고, 시청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며 반대하고 있다. 박승범 한국케이블TV협회 홍보부장은 “지상파끼리 과당 경쟁하면서 중계권료가 천정부지로 뛰었는데, 결국 손해를 국민에게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봉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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