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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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직원들만이 빈방 지켜>
김영삼 총재가 제명된 후에도 각종 회의로 붐볐던 국회안의 총재실이 의원직 사퇴서 제출 후인 토요일 하오부터 총무실과 함께 폐실상태. 황낙주 총무는 즉각 발길을 끊어 여직원들만이 쓸쓸한 방을 지키고 있다.
법원가처분 등으로 당 내분이 계속되고, 사퇴서 제출여부로 당이 갈등을 겪을 때 의원들이 방과 방 사이를 오가며 부산을 떨던 의원회관의 야당의원 사무실도 모두 잠겨 을씨년스럽다.
거의 매일 이 사무실에서 계파구수회담을 열면서 사퇴를 반대했던 이철승 전 대표는 사퇴서를 제출한 당일에 이미 자신의 사진·액자·병풍 등을 챙겨 철수했다.
총재직무대행직을 수락한 후에도 마포당사나 의사당 총재실에 진주하지 못한 채 의원회관을 유일한 사무실로 사용해왔던 정운갑 의원도 사무실을 닫았다.
특히 고흥문 국회부의장은 일단 국회부의장실을 반납, 폐쇄하겠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15일 사무실 정리에 들어가 이번 주내로 사물정리를 끝낸다는 것.
사무실을 폐쇄하니 제일 아쉬운 게 연락처가 없어진 것. 급한 대로 김영배 의원은 사무실 문에 『연락사항은 지구당 사무실과 자택으로 해주십시오』라는 「메모」를 써 붙였다.
한병심 의원은 8대 국회해산 때에도 의원사무실은 당분간 유지했듯이 우선은 완전 폐쇄하지 않고 비서만 나가 연락을 받게 하고 있다.

<계보 사무실 붐비게됐다>
김재광 의원계파인 이용희 의원은 계보사무실인 동아정경연구회로 나가겠다고 했고 채문식 의원은 고흥문 의원의 「그랜드·호텔」사무실에 들르겠다는 것.
이기택 부총재는 『이제부터는 계보사무실이 붐비게 됐으니 내 「민주사상연구회」도 텃세 좀 해야겠다』고 농담.
당직자도 아니고 계파도 분명치 않은 의원은 나갈 곳이 마땅치 않아 김원기 의원은 조세형 의원과 얘기를 나누다가 『합동사무실이나 물색하자』고 했으나 실현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신도환 의원은 아예 14일 부인과 함께 귀향했고 김원기 의원도 지역구를 여기저기 돌아다니지는 못해도 시골집에 내려가 있겠다고 했고 최형우 의원은 『지방에 내려가 「테니스」나 치겠다』고 계획을 털어놨다.
고재청 의원은 『국회주변과도 담을 쌓아야겠지만 계파활동도 해봤자 지금은 뾰족한 수가 없으니 당분간은 집이 내 사무실』이라는 칩거형이나 신상우 의원은 『사무실도 없고 계보사무실도 별로 안 다녔고 집에 있기도 곤란하다』는 낭인형.

<대부분 "시원섭섭하다">
의원직 사퇴서 제출이야 「시원섭섭하다」는게 일반적인 심경이지만 세비가불 및 빚 청산걱정과 앞으로의 생활대책에 이르러선 걱정이 크다. 『친구에게 빚을 내어 세비가불 3백만원을 갚았다』는 이용희 의원은 그래도 형편이 좋은 편. 노승환 의원은 국회 빚이 6백여만이라며 『남은 건 빚과 주름뿐』이라고 한탄했다.
초선의 김원기 의원의 경우를 들면 『오는 20일 세비가 지급되면 받을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고민은 해당 없다』고 한다. 세비는 이미 연말까지 모두 가불했고 그것으로 모자라 국회사무처가 알선해온 농협대출 5백만원, 월 50만원씩 내는 자동차 값 2백여만원 등을 꺼나가고 있다는 것. 신민당 의원의 대부분이 사무처가 허용한 12월까지의 세비가불이 끝나있는 형편.
김동욱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1백50만8천4백원의 세비 중 갑근세를 빼면 1백37만원이고 △당비 10만원 △자동차 값 50만원 △지구당비 30만원 등을 빼고 나면 40만∼50만원이 손에 들어올 뿐이라는 것.
고재청·박용만 의원은 『미리 사태가 심상치 않아』『백두진 의장선출파동을 본 후』가불을 자제해 빚이 없다는 형편이 비교적 나은 편.
정운갑·고재청·신상우 의원 등 대부분은 『10월분 세비까지는 타고 11월분부터는 타지 않겠다』고 했고 박용만 의원은 『세비는 개인생활에 보태지 않고 지구당에 보내거나 비서관에게 충당하니 11윌 이후에도 세비는 받겠다』고 했다.
특히 국회로부터 승용차를 지급 받아 타온 고 부의장은 15일 상오 채규희 비서실장을 시켜 1가0007호「그라나다」(전관용 7호)를 반납했고 원내총무대우로 「레코드·로열」을 지급 받은 황낙주 총무도 『서서히 반납하겠다』는 것.

<일부 의원, 승차권도 우송>
이밖에 의원「배지」는 사퇴서 제출 당일인 13일 일제히 떼었지만 국회사무처가 지급하는 의원신분증과 열차승차권은 굳이 반납하는 조치는 별로 없는 듯.
한병심 한영수 의원은 『야단스럽게 행동하는 것은 오히려 「쇼」인상을 준다』고 했고 황낙주 총무도 『승차권 등은 사용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재원 임시대변인은 신분증과 승차권을 국회에 우송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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