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준화 교육에 문제 있다"|윤태림 박사(경남대 학장) 「세미나」서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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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고등학교의 평준화교육 때문에 한국의 교육이 근본부터 흔들리는 데다 무능력자만을 양산하고 있다』면서 대학교육의 정상화에 앞서 『평준화교육을 재검토 할 것』을 주장하는「긴급동의」가 나왔다.
이 같은 주장은 윤태림 박사(경남대 학장)가 『고등교육의 탁월성 추구에 관한 국제「세미나」(10∼14일·계명대)에서 발표한 「미래사회를 위한 대학풍토의 개선」속에 담겨있다.
윤 박사의 주장은 우리 문교정책을 장기적인 사회발전이라는 차원에서 반성하고 방향전환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교육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음은 윤 박사의 발표요지.
오늘의 한국의 대학은 세계적인 수준에서 볼 때 몇몇 학교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대학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대학에서 수학할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너도나도 향학열보다는 취직 혹은 출세의 수단, 학사라는 졸업장을 타기 위한 방편으로 입학하기 때문이다.
대학은 대학의 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는 기초적인 요건이다. 그러나 우리현실은 기초적 학력도 제대로 이해 못하는 지적불구자가 다량 생산됨으로써 학부형들은 엄청난 학자부담으로 인해 가계의 파산을 가져오고 사회에 나온 자녀들은 신문 한 장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형편이다.
인문계통이나 자연계통이나를 불문하고 기초학적인 것보다 법률학 등 관료공무원이 되기 위한 고등고시 지망자나 경영학 등의 이수자가 늘어나고 비실용적인 심리학·고고학·역사학 등의 지망자는 줄어들고 있다.
문교당국이 수년 전부터 권장·실시해온 대학진학자에 대한 전형방법에도 문제가 있다.
중·고등학교에서의 이른바 평준화 교육이다. 원래 평준화 방안이란 한 문교책임자에 의하여 특수한 상황 하에서 이루어진 비정상적인 방안이었는데 이것이 현재에 이르러서는 한국의 교육을 근본부터 흔들어놓고 능력 있는 자를 희생해가면서까지 무능력자만을 양산해 놓고있는 것이다.
교육이 능력에 따라 행해져야 함은 동서고금을 통한 하나의 원칙이다.
우리나라 교육법에도 수학할 기회는 모든 사람에게 주되 교욱자체는 능력에 따라 행해져야 한다고 되어있으나 그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대학에 들어와 수학할 능력이 없는 학생은 대학에 들어올 수 없고 머리가 나쁘거나 학업을 게을리 하는 학생은 국민학교고 대학이고 간에 유급을 시키거나 학교를 물러나게 하는 것이 당연한데 이것이 무시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가 다 똑같이 훌륭한 소질을 갖고있고 무한의 가능성·발전성을 갖고있다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이야기다.
백명의 평준화된 인간보다는 한사람의 「엘리트」가 국가발전의 장래를 위해서는 더 효율적이다. 대학에서 능력별 졸업을 인정하면서 입시·예비고사는 구태의연한 옛 제도를 답습하고 고교입학에는 추첨제로 인하여 자기가 원하지도 않는 학교에 입학했다는 「난센스」는 사라져야만 한다.
현재의 대입예비고사제는 자격제로 전환되어야 한다. 현재와 같이 대입정원을 기준으로 하여 성적을 무시하고 합격자를 선출한다는 것은 대입지원자를 더욱 조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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