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창간 14돌 기념 특별기획 의식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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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번 중앙일보·동양방송이 창간 14돌을 맞아 실시한 재미한국인의 생활 및 의식구조에 관한 부분적 연구는 있었지만 미국 내 39개 주요 도시와 그 외곽지역을 포함한 「샘플」의 규모가 1천1백61명에 달하는 포괄적인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조사 응답율의 2배>
총 응답자수 1천1백61명(53%)이란 응답율은 미국서 행하는 이런 종류의 사회조사의 평균 응답율 25%에 비해 2배가 넘는 것.
재미 한국인들의 높은 교육수준과 자신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해 보자는 강한 의식이 작용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장문의 논설 보내오기도>
▲「테네시」주 「멤피스」시 근처 시골에서 기술자로 일하고 있는 「H·김」씨는 지난 10여년간 한국인은 한사람도 만난 적도 없고 자신의 이름이나 전화번호는 한인명부에 오르지도 않았을 텐데 어떻게 「샘플」로 뽑혔는가 매우 궁금하다고 전화. 한인회 명부가 없는 지역에 한해 미국전화번호를 사용해 표본추출을 한다는 설명을 듣고 그의 궁금증은 풀렸다.
▲많은 교포들이 정부에서도 손대지 않은 조사를 중앙일보가 한데 대해 축하와 감사를 표한다는 내용의 격려를 보내왔다. 「워싱턴」에서 발간되는 한 교포주간지는 『교포신문의 어려움 때문에 우리가 해야할 일을 빼앗겼다는 안타까움이 있지만 사실은 정부가 오래 전에 했어야할 일이었다』고 사설로 논평했다.
▲어떤 응답자들은 장문의 「논설」도 보내왔다. 「캘리포니아」주 「가디나」에 사는 김정임씨(40)는 『우리는 소위 단일민족이라고 지금껏 자랑해왔고 또 본국의 교육헌장에서도 홍익인간임을 자부해 왔다. 그러나 미국과 같은 경쟁사회에 던져놓고 보니 일본인들이나 중국인에 비해 단결력과 포용력이 훨씬 떨어지는 민족임을 냉정하게 자인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에 사는 「폴·김」씨(45)는 『이번 조사가 국내 독자들에게 교포들의 어두운 면만 알려 값싼 동정심을 자극하는데 그치지 말고 한인들이 선진사회에서 고생하는 것처럼 한국전체도 선진 대열에 참여하려면 꼭 같은 진통기를 거쳐야 되는 것임을 깨닫도록 노력하기 바란다』는 부탁도 해왔다.
▲「말썽만 일으키는」한인회의 무용론을 주장하는 교포들이 의외로 많았고 『비생산적인 정객들은 이제 그만 수출하라』는 가시 돋친 충고도 있었다.

<비생산적 정객 환영 안해>
▲솔직담백한 소견을 밝힌 사람들일수록 본명을 감추는 경향이 짙었는데 이는 아마도 말조심·입조심의 평소 버릇이 미국에 와서도 없어지지 않은 때문.
또 『응답은 절대 않기로 맘먹었었다』고 밝힌 어떤 교포는 자기 우표를 써 가면서 반송봉투 및 본사우표를 회송해준 「청렴결백파」도 있었다.
▲의식구조조사가 생각하기보다 훨씬 힘든 이유의 하나는 몇몇 응답자의 지나친 「현시욕」과 조사자를 「골탕」먹이려는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 이번 조사도 예외는 아닌 듯. 응답자의 대부분이 솔직하고 정확한 대답을 보내왔지만 개중에는 도저히 상상도 못할 수입을 기재한 사람도 있고, 버는 액수에 비해 씀씀이가 믿지 못할 정도로 많은 응답도 있었다.
이러한 「무질서」한 응답을 옳게 가려내는 것이 분석자의 책임이고 고도로 발전된 「컴퓨터」가 이를 가능케 했다.

<재미학자 참여 두달동안 분석>
약 30만 명에 이르는 재미교포중 이 조사에서 39개 주요 도시 및 그 외곽지역에 거주하는 한국인 2천l백92명이 무작위 추출되어 그 중 1천6명이 두차례에 걸친 우편설문에 응답했고 1백55명이 전화「인터뷰」에 응했다.
본사 오택섭 박사(이사)가 주관한 이 조사는 7월과 8월 두달 동안 실시되었고 유장희·이재원·신의항·김광정 박사와 「로런스·골드버그」박사 등 재미 전문가들이 참가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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