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안정다수」의 꿈|일 자민, 총선서 예상 밖의 부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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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자민당의 안정 다수의 꿈은 결국 기대로 끝났다. 금년 4월의 지방선거 압승, 6월 말의 서방선진국 정상회담 주최 등의 여세를 이용, 장기 안정정권을 다지려던 「오오히라」수상은 국회해산 당시만 해도 이번 선거에서 안정다수선인 2백71석(53%)확보는 무난할 것으로 점쳤었다.
2백71석은 중의원 의장을 비롯, 16개 상임위위원장을 독점해도 각상위에서 모두 과반수인 안정다수를 확보하는 의석수다.
그러나 선거결과는 보수계 무소속의원 10명을 입당시키고도 겨우 과반수인 2백60석 수준 밖에 확보하지 못할 전망이다.
자민당이 안정다수 세력확보에 실패한 것은 △세금논쟁에서 패배 △선거 막바지에 폭로된 정부 각 부처의 부정경리사건 △투표당일의 악천후에 따른 투표율 저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오오히라」수상은 선거도중 숙원이던 부가가치세제(일반소비세) 실시계획을 일단 철회, 선거전략을 유리하게 전환시키려고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증세논쟁이 이번 선거의 최대의 쟁점이 되어 선거전반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일본언론들의 분석이다.
자민당 압승은 바로 증세와 직결된다는 야당측의 반발이 먹혀 들어가 세금을 더 거두겠다는 「오오히라」정권에 대한 국민의 거부반응이 예상외로 거세었다는 풀이다.
세금논쟁과 함께 자민당에 타격을 준 것은 선거막바지에 터진 철도건설공단의 가짜 출장비지출 사건.
직원들에게 출장을 가장시켜 출장비를 지급하고 있는 가짜출장사건은 총리부·대장부·환경청·우정성 등 정부 각 부처에도 다반사로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속속 폭로됐다.
이번 선거에서 크게 두 현상은 2세 후보의 진출.
고「시이나」전 자민당부총재의 아들인 「모도오」, 고「후나따」전 자민당부총재의 손자 「하지메」, 고 「사또」전 수상의 아들「신지」,고「호리」전 중의원 의장의 아들 「고오쓰게」등이 모두 당선됐다.
결국 이번 선거를 통해 당내 지도력을 강화하고 나아가 장기 정국안정을 노렸던 「오오히라」수상은 그가 스스로 주창한 증세론과 행정부 부패에 대한 국민의 반발로 오히려 국회를 해산시키지 않은 것만도 못하게 됐다는 것이 각 「매스컴」의 지적이다.
이번 선거결과를 계기로 「오오히라」수상은 부진한 선거결과에 대한 자민당내의 주·비주류간의 거센 책임추궁으로 궁지에 몰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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