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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나 경색정국|김 신민총재 제명과 그 이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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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영삼 신민당총재의 의원직 제명은 당 내분으로 진통해온 신민당에는 야당의원의 역할에 대한 회의를, 「한계안의 정치」만 허용되어 온 국회에는 상당 기간 「정치부재 시대」를 가져와 정국전반이 점점 더 불안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우선 신민당이 등원거부를 결정함에 따라 공화당과 유정회에 의한 단독국회운영이 당분간 불가피해졌다. 정부·여당이 바라는 「조용한」국회가 되겠지만 이것은 파행이 아닐 수 없다. 여당은 6일 휴회기간을 연장하기로 해 일단 야당의 등원을 종용할 것 같다.
김 총재는 4일 「제명」이 결정된 후 고별의원총회에서 『제명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신민당총재』라고 선언해 지지서명의원중심으로 계속 야망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정운갑 총재 직무대행과 이철승·신도환·고흥문 의원 등 비주류는 김 총재의 「헤게모니」를 거부하고 나올 것이 틀림없다.
특히 정 대행은 제명의 상처가 치유되고 당내와 일반여론이 냉각되기를 기다려 대행체제강화에 나설 것이다. 정 대행은 당의 유고상태를 수습하는게 최급선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제명사후대책이외에 당주도권 문제를 어느 쪽에서도 거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비록 법원결정에 의해 야당총재의 직무가 정지된 것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여당에 의해 야당총재의 의원직이 박탈된 것은 야당의 존립바탕과도 관련된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신민당은 앞으로 비상대책회의에서 「중요한 결정」을 하도록 의원총회에서 정해졌다.
전 야당의원의 의원직사퇴를 가리키는 「보다 중요한 결정」이 주·비주류혼성의 비상대책회의에 위임됐다는 것은 그 방향으로 결정되기가 어렵다는 야당의원들의 성향을 반영한 것이란 풀이도 있다.
이 점까지를 헤아려 김 총재는 소속의원들에게 「원내」투쟁을 당부한 것으로 보인다. 「제명」전의 의원총회에서 「운명을 같이 한다」고 결의했지만 행동으로 이를 추진할 때 추종의원의 다과를 헤아리기 어렵고 자칫하면 내부갈등과 전력약화만을 노출시킬지 모른다.
아무튼 의원직 총사퇴를 결정하지 못하는 한 체면상으로라도 주·비주류 어느 쪽에서도 등원을 하자는 말을 당장 꺼내기가 어려울 것이나 등원거부가 장기화할 것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정기국회를 전부 「보이코트」할지, 여당에서 어떤 명분을 주면 일부가 들어갈지 아직은 확실치 않다.
다만 정부·여당에서 단독국회가 「편하다」고 생각할 때는 등원명분을 주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정기국회는 파행운영이 될 것으로 봐야할 것 같다.
최영희 유정회총무·김용호 공화당 부총무 등은 「제명」직후 정 대행이 임명하는 총무를 상대한다고 말해 정 대행체제를 독촉하고 있다. 그러나 정 대행이 인사를 단행하거나 당수습을 시도하더라도 등원거부가 계속되는 한 유명무실해질 것이며 가동이 시작되더라도 그것은 해를 넘겨야 할는지 모른다.
6일 김 총재주재로 열린 신민당확대간부회의는 오는 8일 비상대책회의와 의원총회를 열어 총사퇴문제를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이 의총의 총사퇴논의는 당총재제명에 대한 소속의원들의 비장한 의사표시로만 의미를 가질지, 실전으로 옮겨질지는 두고보아야 알 일이다.
김 총재제명이 대외에 미칠 영향을 여당측은 사전에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성 등의 논평이 이 분석의 선을 넘을 것인 지의 여부는 알 수 없으나 미 조야의 「상당한」 관심표명에 정부-여당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제명·YH사태 등으로 3선 개헌이래 최대의 정치경색을 맞은 여당은 정국수습책으로 개각의 조기단행을 정부측에 기대할 것으로 정가소식통들이 전하고 있다.
최근 신형식 공화당 사무총장이 「80년대 청사진제시」를 예고한 일이 있고, 정부와 여당이 80년대의 출발인 내년에 「의미」를 부여해온 점등을 미루어 정부개편이 있을 것 같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제명자체만도 정국전반과 국내외에 던진 충격은 상당한 것이지만 계속적인 관심은 김 총재의 신변에 관한 것이다. 제명전 여당간부들 입에서 형법저촉이 운위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외충격 완화를 위해 행정부·사법부대신에 입법부징계가 이루어진 점등을 감안할 때 과거지사만으로는 형사소추야 없지 않겠느냐는 견해가 많다. 김 총재의 「지난 일」보다는 「앞일」이 그의 신변을 좌우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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