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원유 시추설비 사업 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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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이수영(왼쪽) 코오롱워터앤에너지 대표가 데이비드 메를 아커솔루션 사장과 원유 시추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세계 10대 환경·에너지 회사로 키워나가겠다.”

 8일 서울 을지로 웨스틴조선호텔. 이수영(46) 코오롱워터앤에너지 대표가 연단에 섰다. 이 대표는 코오롱의 첫 여성 최고경영자로, 공식석상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표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원유시추 설비’를 꼽았다. 코오롱워터는 17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노르웨이의 ‘아커(Aker) 솔루션’과 손잡고 원유시추용 설비 사업을 담당할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지분은 절반씩 갖는다.

 이 대표는 “5년 전 전시회에서 독일 지멘스에 다니는 친구를 만나 ‘오일과 가스 수처리를 해서 큰 돈을 번다’는 말을 들은 것이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원유를 시추하면 물과 기름·가스층까지 한 데 뒤섞여 나온다. 이를 가스와 기름으로 분리하는 데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기름에서 수분과 염분을 분리하려면 정제 시설이 필수다. 일반 하수를 처리하면 1t당 300원이 남지만,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원유 수처리를 하면 3만원이 남았다.

 ‘돈이 되는’ 사업인 것은 확실했지만 장벽이 높았다. 한번 설비가 멈춰서면 한달 손실이 3000억원에 달해 쉽사리 뛰어들기 어려웠다. 마땅한 전문 인력이 없는 것도 문제였다. 국내 조선 3사는 원유 시추용 해양플랜트를 만들고 있지만 기름과 가스를 정제하는 핵심 기자재는 모두 미국와 유럽회사들에서 들여오고 있었다. 이 대표는 고심 끝에 이 분야 기술력을 보유한 아커와 손을 잡기로 했다. 이 대표는 “이 분야 국내 시장만 연 2조원 규모”라며 “올해는 매출이 3000만달러(303억원) 수준으로 예상되지만 아커와 함께 해외 시장을 공략해 근시일 내에 1억달러 이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장을 찾은 데이비드 메를 아커 솔루션 사장은 “코오롱이 보유한 수처리 기술과 영업 능력을 아커의 전문성과 접목해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염동관 한국 플랜트 산업협회 부회장은 “코오롱의 이번 합작은 해외 의존도가 높은 플랜트 핵심 기자재 및 기술의 국산화를 위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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