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北進… 제3의 도시도 장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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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점령 사흘째인 11일 미군이 이라크 북부의 주요 거점인 모술과 키르쿠크에 입성하며 연합군의 이라크 완전 점령에 속도가 붙고 있다.

빈센트 브룩스 미군 중부사령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현지시간) "모술을 방어하던 이라크 5군단 사령관이 미군과 휴전 협정에 조인하면서 병사들이 투항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애리 플라이셔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라크는 중앙통제력을 상실해 후세인 정권은 사실상 끝났다"고 선언했다.

미군은 사담 후세인 대통령 추종 세력의 최후 근거지인 티크리트를 장악하기 위해 독일 주둔 1보병사단 소속 신속대응군을 급파하는 한편 바그다드의 지상군을 북진시켜 마지막 공세에 나섰다.

이와 함께 미군 지휘관들은 미 중앙정보국(CIA)이 작성한 후세인 대통령과 아들 등 55명의 이라크 지도부 명단을 넘겨받아 이들에 대한 제거 작업을 본격 시작했다. 바그다드는 주민들의 약탈과 방화로 최악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미군, 북부 주요 도시 장악=AFP통신은 이라크 5군단의 투항으로 이라크 제3의 도시인 모술로 미군 특수부대.쿠르드 민병대가 무혈 입성했다고 보도했다. 미군은 기갑부대 등 후속 부대의 도심 진입을 위해 이라크군이 파괴했던 모술 외곽 카제르의 교량 수리작업에 들어갔다고 통신은 전했다.

키르쿠크에서는 터키의 강력한 반발로 쿠르드족 민병대가 진입 이틀 만에 철수를 시작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그러나 쿠르드족이 임명한 키르쿠크 임시 주지사는 "민병대가 철수함에 따라 키르쿠크는 약탈과 분규로 수명이 숨지는 등 무정부 상태가 됐다"고 주장했다.

◆계속되는 전투=바그다드 시내의 한 미군 건문소에서는 10일 이라크인이 자폭 공격을 해 미 해병 4명이 부상했다. 이에 앞서 시내 이맘 사원에서 아랍계 자원병 2백여명이 미군을 기습하며 전투가 벌어져 해병 1명이 사망하고 22명이 부상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후세인이 머물렀다는 첩보를 입수, 사원 인근의 건물 수색에 나섰던 미군들을 숨어 있던 아랍계 자원병들이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서부의 국경 도시 카임에서는 이라크의 특수공화국수비대(SRG)가 투항 협상을 거부한 채 3주째 계속된 미.영 특수부대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때문에 미군은 이곳 지하에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거나 이라크 고위 지도부가 숨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무법천지 바그다드=미군이 이라크 전역을 장악하는 데 몰두하는 동안 바그다드는 무정부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 공습으로 부상한 사람들로 가득 찬 알킨디 병원에서도 폭도들이 침대와 의료기구를 빼앗아 갔다고 세계보건기구(WHO) 관계자가 밝혔다.

한 시내 상가에서는 상점 주인들이 약탈자들에게 총격을 가해 25명이 부상했다. 바그다드의 프랑스 문화센터는 폭도들이 수도 파이프까지 빼가 도서실이 물에 잠겼다.

미 7해병연대는 약탈을 막기 위해 11일 밤부터 바그다드 동부 지역에서 일몰 후 새벽까지 통행을 금지했다. 한편 후세인 대통령의 이부(異父) 동생인 이라크 전 정보국장 바르잔 이브라힘 하산이 바그다드 서쪽 알라마디의 자택에서 미군의 통합직격탄(JDAM) 폭격으로 숨졌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후세인의 재정 관리인으로 알려졌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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