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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향후 5년』을 진단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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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TBC-TV는 20일 밤 10시부터 90분 동안 중앙일보-동양방송 창립 14주년기념 특집으로 『한국-향후5년』이라는 입체 토론을 방영했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새뮤얼·헌팅턴」교수, 「우드로·윌슨」연구소의 「아시아」문제 전문가 「랠프·클러프」,「프랑스」「르·몽드」지주필「앙드레· 퐁텐」, 일본방위청연구실장 「모모이·마꼬또」 청와대 국제정치담당 특별보좌관 김경원 박사가 참가하고 김영희 중앙일보편집부국장이 사회를 한 이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월남전쟁으로 시작된 70년대가 80년대에 넘길 과제는 무엇이고, 80년대 초반의 한반도 정세가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를 놓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 토론의 줄거리만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사회=김영희 편집부국장>
김영희=월남전쟁이 끝난 뒤 지난 4, 5년 동안 「아시아」지역은 광범위한 정치적·군사적 격동을 겪어왔습니다. 「베트남」의 「캄보디아」침공, 중공의「베트남」침공, 소련의 「아시아」·태평양지역 해군력 증강 같은 사태가 군사적인 변화의 일부라면 미·일·중공 삼초협력체제의 등장이 정치적인 변화의 일부라고 하겠습니다. 이런 일련의 사태를 염두에 두고 앞으로 5년 간의「아시아」가 어떤 변화를 맞을 것인지 일반적인 전망을 하는 데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으면 합니다.
모모이=저는 이미 우리 눈앞에 전개되고 있는 두 가지 중요한 변화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 첫번째 변화는「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소련의 군사력이 증강되고 있다는 사실이고 두 번째 변화는 이 지역에서 미국의 존재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소련이 군사력을 증강한다고 해서 반드시 모험적인 행동을 취한다는 의미가 아니고 또 미국이 군사력을 축소한다고 해서 미국의 관심이 「아시아」지역을 떠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러나 앞으로 5년 또는 10년 사이에 소련군의 증강, 미군의 축소가 하나의 타성처럼 굳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아시아」 사람들이 걱정할 이유는 있습니다.
클러프=「캄보디아」의 무력점령과 중공의 「베트남」침공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제문제를 군사적 힘으로 해결 지으려는 경향이 걱정됩니다. 최근의 미국정보 보고에서 북한의 군사력이 우리가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월등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 그들이 군사예산을 많이 늘리고 있는 것이 분명해요.
소련은 해군과 공군력을 강화하고 있고 또 일본에서도 군비확장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있는데, 그 결과 일본의 방위태세가 강화될 공산이 커지고 있어요.
이와 같이 「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이 위험한 군비경쟁의 방향으로 치닫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김경원=앞으로 5년간은 비단 동북아에서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하나의 중대한 전환기에 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서방진영이 계속 지배적인 세력으로 작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5년내에 이러한 국제정세의 기본질서가 뒤바뀌고 소련이, 공산세력이, 군사적으로 서방진영을 능가하는 군사력을 갖게될 가능성이 대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것은 세계질서자체의 기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동북아의 세력균형에도 중대한 변화를 의미한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김=역시 소련의 팽창주의가 태풍의 눈이군요.
클러프=소련 군사력증강을 너무 과장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소련함대와 공군은 주로 방어용입니다. 태평양 지역의 미국해군을 상대로 배치된 것이지 가령 중동과 일본사이의 해상통로를 차단하는 것을 1차적 목적으로 삼고있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태평양 함대에 합세하기 위해 항모 「민스크」호가 도착했다는 사실은 전력증강의 대표적 예고, 또 「다낭」항과 「캄란」만의 사용은 그만큼 소련함대의 기동력이 향상됨을 뜻하겠지만 소련의 군사력 증강을 얘기할 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마치 일어난 일처럼 지레 겁을 먹고 말하는 경향이 있어요.
모모이=미국의 기준에서 보자면 우리가 과장하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우리입장에서 보면 우리는 현실을 현실대로 이야기하고있는 겁니다. 과거에는 소련이 지금까지 「아시아」지역에서 군사력, 특히 해군력을 강화한 적이 없어요. 전에는 소련이「유럽」전선 쪽에만 치중해 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근년에 와서 소련은 갑자기 중공과 국경을 맞댄 남부전선과 중동「아프리카」쪽으로 관심의 초점을 옮기고 있어요. 그러나 중동이나 「아프리카」 에서는 「쿠바」를 대리인으로 앞세우고 있으면서 「아시아」전쪽에서는 직접 뛰어들고 있어요.
헌팅턴=소련의 군사력의 증강은 1차적으로 중공을 겨냥한 것입니다. 소련의 위협에 대처하는 것은 그 지역국가들의 책임이라 하겠습니다. 동남아국가들이 자체방위체제를 강화하기 위해「아세안」을 중심으로 협력하는 것도 이들 국가들의 의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베트남」이「아세안」의 일부 국가들에 가하는 위협을 감안할 때 그들은「아세안」을 군사·안보적 차원으로 발전시켜야만 하는 것입니다.
물론 한국과 일본도 스스로 군사력을 강화할 책임이 있습니다. 일본은 GNP의 불과 1%를, 한국은 GNP의 약5.5%를 국방비에 쓰고 있어요. 그러나 북한은 GNP의 훨씬 더 많은 비율을 어떤 사람들은 20%라고 합니다만 -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지 않습니까?
김=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공은 소련의 팽창정책을 견제한다는 데서는 이해가 일치하지만 정치적인 이념의 문제나 구체적인 외교정책문제에 가서는 미·일과 중공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지 않습니까?
클러프=미국과 중공사이의 가장 큰 견해차는 소련에 대한 정책입니다. 세계전체의 평화를 위해서는 미·소 두나라가 평화공존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나 중공은 미국의 대련전략무기제한협상과 대소화해정책전반에 대해 매우 비판적입니다.
물론 의견을 같이하고 있는 분야도 많아요. 예를 들면「베트남」의「캄보디아」침략에 대해 다같이 반대했어요. 그래서 나는 미국이 대체적으로 중공과 협조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공은 현재 현대화 계획을 추진중이라 일본과 미국 및 서구로부터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있어요.
일본·중공·미국사이에 군사동맹이 맺어지리라고는 보지 않습니다만 현재보다는 밀도 높은 협조가 이루어지리라 볼 수 있습니다.
헌팅턴=소련의 세력확장을 막는다는 공통의 이해관계는 앞으로 다년간 유지될 것입니다. 나는 중공이 가까운 장래에 다른 국가들의 안보에 위협을 주게되리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퐁텐=물론 그들 세 나라의 이해는 서로 다릅니다.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의 이해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의 이해와 같을 수가 있나요? 그러나 지금 당장은 중공의 대적은 소련이며 또 미국 역시 소련과의 군사균형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미국의 「아시아」정책, 소련의 군사력 증강, 미·일 동맹관계의 성격, 미국의 대한방위공약, 그리고 「아시아」지역의 세력균형에서 중공이 맡은 역할이 이 지역의 장래를 점치는 네 가지 큰 요소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그 중에서 아직도 정체가 불투명한 것이 중공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되는데요?
퐁텐=미국은 중공을 소련에 대한 하나의 견제세력으로 보고 있어요. 「러시아」 역사를 살펴보면 「러시아」는 항상 「유럽」 과 「아시아」 두군데의 전선에서 전쟁을 동시에 치르게 뒤지 않을까 두려워 해왔습니다. 나는 소련이 적을 그들의 배후에 갖고있다는 것이 미국에는 하늘이 준 선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모모이=미국은 세계적인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미국은「유럽」 전선에 보다 깊은 관심을 쏟고 있어요. 그래서 미국은 중공이 군사적으로 강력한 자세를 취하여 중소국경지대에 소련의 발을 묶어두기를 기대합니다. 일본의 안보에 도움이 되려면 중공이 해군력으로 소련에 맞서주어야지요. 그런데 미국을 제외하고 소련해군력과 맞설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의 군사적인 세력균형에 중공이 이바지할 여지는 상당히 한정되어 있다고 봅니다.
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전쟁이 일어났다고 가정할 경우, 중동의 석유에 경제활동을 의존하고 있는 한국·일본, 그리고 다른「아시아」국가들은 미국이 생명선 같은 해상윤송로를 지켜 주리라고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모모이=어림없습니다. 미국이 다른 나라들을 위해서 외인부대노릇을 떠맡을 거라고는 생각지 앉습니다.
헌팅턴=그것은 그때그때의 사정에 달려있습니다. 「아시아」에 분쟁이 일어날 경우, 미국은 분명히 그러한 항로를 보호하기 위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고 또 기꺼이 그렇게 할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유럽」에서도 또 전쟁이 일어난다면, 「유럽」에 있어서의 소련의 공세를 막기 위해 미국의 증원부대가 「유럽」으로 이동할 수 있고, 미국의 보급품이 「유럽」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북대서양 항로를 지키는데 최우선권이 두어질 것입니다.
모모이=미국은 당초부터 전략적으로 「유럽」을 가장 중시했어요. 미국은 「아시아」 에 우선권을 둔 적이 없으니까 새삼스럽게「유럽」으로 우선권을 옮기고 자시고가 없다고 봅니다.
김경원=미국의 정책적 의식적인 목표와는 상관없이 「아시아」자체가 객관적으로 봤을 때 「유럽」과 비교해서 엄청나게 과거보다도 비중이 커졌고 중요해졌기 때문에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미국의 국가이익의 관점에서 봤을 때도 「아시아」의 중요성이 과거보다는 더 크게 인식될 것이라는 것은 틀림없을 것입니다.
김=「카터」대통령의 주한미군철수계획은「닉슨·독트린」의 발상의 연장으로 보입니다.
「닉슨·독트린」에 나타난「선택에 의한 개인」이라는 이상과 미군의 계속주둔을 필요로 하는 한반도의 현실을 어떻게 무리 없이 조화시킬 수 있을까요?
클러프=북괴군사력에 관한 새로운 정보 때문에 그러한 견해가 수정되었고 철군 일정이 연기되었지요. 그러나 앞으로 남북간의 군사적 균형이 계속 평가되리라고 나는 짐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때가 오면 전쟁을 유발할 위험 없이 미지상군을 빼낼 수 있을 것입니다.
헌팅턴=제2사단을 한국에서 철수시키려는 결정은 당시 한반도에 나타난 세력균형으로 보아, 그리고 그 철수가 수년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될 계획이었다는 사실로 미루어 보아 한국군이 제2사단의 주둔지성에 배치되어 제2사단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독자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미군의 완전철수가 논의된 적은 없습니다.
모모이=주한미군의 계속 주둔은 한반도의 경화를 위해서뿐 아니라 미국의 세계적인 군사전략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1975년 당시의 국방장관 「제임즈·슐레진저」는 ①소련군대가 「유럽」 전선으로 집결되는 것을 막고 ②「아시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고 ③소련이 이 지역에 제2전선을 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김=1981년까지 철군을 연기한 이유는 뭘까요? 「카터」대통령이 재선되면 2차임기의 첫해가 되는 그 해에 여론에 신경쓸 것 없이 과감하게 밀고 나가려는 저의일까요?
클러프=「카터」의 당초계획에 의하면 지상전투부대의 철수가 1981년 내지 82년에 완결될 예정이었는데 철군중단을 발표할 때 이 당초의 시한을 그대로 살려두는 편이 현명하다고 느꼈는지 모르지요.
헌팅턴=중요한 동기는 북한의 군사력에 대한 새로운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 결정에 영향을 입힌 것이 국내 정치였다고 생각하지도 않거니와 동「아시아」에 있어서의 전반적인 세력균형, 소련의 군사력증강, 또는「베트남」의 팽창주의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김=한반도에서 전쟁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어느 정드나 되느냐를 놓고 한미간의 견해차는 상당하다고 보겠습니다. 이 전쟁재발의 가능성이 어느 정도나 된다고 보십니까?
퐁텐=나는 절대로 전쟁이 없을 것이라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이 내게는 희박하게 보입니다. 김일성은 월남패망직후 북경을 방문하고 남침에 대한 배경의 지지를 얻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중공은 김일성의 요청을 거부한 것 같아요.
헌팅턴=나는 북한이 두공산대국중 어느 한 나라의 적극적인 지원이나 협조 없이 남한을 공격하기란 매우 어렵다고 생각해요.
모모이=그러나 일단 전쟁을 시작해 놓으면 중공과 소련이 팔짱끼고 앉아 방관하지 않을게 아닌가라는 김일성의 타산도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김경원=한가지 역설적인 진리가 있습니다. 그건 무엇이냐 하면 이거 상당히「패러독시컬」한 얘기입니다만 우리가 북한의 군사적인 위협을 만일 과소평가 한다면 그 결과로써 사실 그 위험이 커질 것이고, 오히려 역으로 우리가 그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여기에 대비해 나가면 또 그만큼 위협이 감소된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김=북한은 3당국회담안을 일단 거부했습니다. 3당국회담은 이제는 죽은「이슈」라고 봐야할까요?
헌팅턴=평양측은 한국과 대화하는 것을 끈질기게 거부해 왔습니다. 현재로서는 미국 및 한국과 자리를 같이하는 데에 동의하기에 앞서 미국으로부터 그리고 한국으로부터 모종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 아닌가 싶습니다.
모모이=「유럽」과 소련에서 공산주의자들의 행적을 보면 언제나 적대적인 자세와 타협적인 자세를 그때 그때의 상황에 따라 신축성 있게 채택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북한의 3상국회의 같은 것을 수락할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는 보지 않아요.
클러프=오래 전부터 북한측의 입장은 요지부동이었어요. 한반도 통일문제는 남북한간에, 그리고 휴전협정을 대체할 평화조약에 관한 회담은 휴대협정주인 당사자인 미국과 북한사이에 열려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한 생각은 현실적인 입장이라 볼 수가 없어요. 한반도의 어떠한 평화협정도 한국 정부의 참여가 없다면 무의미하지요. 김일성이 미국측과 평화협정을 협상하고자 제의할 때 그 저의는 명백합니다.
남한으로부터 미군을 쫓아낼 방법을 구하고 있는데 불과합니다.
김=이러한 상황에서 기대할 수 있는 중공과 소련의 역할은 어떤 것입니까?
헌팅턴=그들은 자기네들이 참석하지 못하는 3자회담에 응하도록 북한을 설득할 이유가 없습니다.
퐁텐=솔직히 말해 나는 중공은 한국문제를 타결 짓는데 별다른 열성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오늘날 한반도 긴장의 주요원천인 현재의 교착장대가 언제 어떻게 타개될 것으로 보십니까?
헌팅턴=아닌게 아니라 한국의 분단이 국제정치에 있어서 하나의 현실로 받아들여지게 되었고 또 그 현실을 바꾸어 보려고 하느니 보다는 거기에 적응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형편이기 때문에 곧 어떤 돌파구가 생길 것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클러프=물론 한반도의 긴장은 남북한 스스로가 완화할 일이지만 강대국들의 조치는 남북한의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나는 박대통령이 1973년에 그때까지의 한국의 공식 입장을 바꾸어 남북한「유엔」 동방가입에 동의하기로 한 것은 현명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후 한국정부와 일본 및 미국은 남북교차승인을 주장하게 되었지요. 소련과 중공은 그들 사이의 분쟁, 그리고 김일성의 반대 때문에 그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겠지요. 그러나 김일성은 무한정 반대할 수는 없습니다.
이미 90개국 이상이 북한측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고 1백4개국이 한국측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은 세계의 대부분 나라가 한반도에 서로 다른 2개 정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음을 뜻합니다. 다만 강대국들만이 특별한 이유로 그 같은 사실을 외면하고 있지요.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2개의 한국의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세력이 무너지기 시작했음을 우리는 이미 눈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한국정부는 어떤 종류의 접촉이라도 트려고 중공과 소련의 의중을 타진해 왔습니다. 소련은 한국의 각료·언론인·학자들의 입국을 허용했습니다. 이런 점에서는 중공은 훨씬 뒤지고 있어요. 소련과 중공이 한국측의 움직임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려면 아직도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까?
퐁텐=소련지도상은 나이가 많고 세계각지에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과감한 행동을 취할 사람들이 못됩니다. 북경과 「모스크바」간의 경쟁관계도 문제입니다. 이중 한나라가 한국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접근한다면 다른 쪽에서는 평양을 선동할 것입니다.
김경원=저는 이 문제에 대하여 기본적으로 낙관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와 그들과의 관계가 언제 이루어질 것이냐 하는 문제는 사실 그들이 한국과 관계를 맺는 것이 그들에게 이익이 된다고 판단하는 순간입니다. 「마이너스」보다는 「플러스」가 크다는 판단을 하게되는 것인데 거기에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플러스」라고, 그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기본적인 요인은 역시 우리국력에 달려있지 않은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클러프=지금의 상황이 무한정 계속 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아요. 한가지 우리가 언급하지 않은 사실이 있는데 한국의 꾸준한 경제적 성장과 그리고 국내방령생산능력을 포함한 군사력 증대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비단 북한에뿐 아니라 중공과 소련에도 뭔가 생각을 고치게 할 것입니다.
김경원=장기적으로 보면 한반도 문제 해결, 궁극적으로는 통일의 문제가 되는데 공산주의자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냐, 우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느냐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어느 편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느냐하는 것은 결국 어느 편이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힘을 갖게 되느냐하는 문제로 결정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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