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족 "이참에 독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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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족 민병대가 11일 이라크 북부 최대 유전지대인 키르쿠크와 요충지 모술, 카나킨 등지를 잇따라 점령하면서 '쿠르드족 독립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쿠르드족이 독립국가 '쿠르디스탄'의 수도로 계획하고 있는 키르쿠크를 지난 걸프전 이후 13년 만에 재탈환했기 때문이다.

◆쿠르드족 이라크 북부 장악=쿠르드민주당(KDP)과 쿠르드애국동맹(PUK)으로 구성된 민병대(페시메르가) 1만명은 10일 오후 미군 특수부대 병력 일부와 키르쿠크에 무혈입성했다.

이들 연합군이 키르쿠크 외곽에 도착하자 남아 있던 이라크군과 바트당 민병대는 바그다드 때와 마찬가지로 무기를 버리고 도망쳤다. AP통신은 쿠르드족 민병대 4천여명이 11일 이란 국경의 전략요충지인 카나킨도 장악했다고 전했다.

또 11일 오후 이라크 제3도시 모술의 이라크군도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기 시작하면서 이라크 북부 대부분이 쿠르드족 손에 떨어졌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쿠르드족이 당초 약속과 달리 키르쿠크 바트당사에 임시 주정부를 수립하고 주지사까지 임명하는 등 독립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쿠르드족은 1991년 걸프전 때 연합군에 가담해 키르쿠크를 점령했었으나 종전 후 보복으로 수만명이 도시에서 추방됐다.

◆터키, "군사개입"=그러나 이라크전이 쿠르드족 독립의 도화선이 될 것으로 우려해온 터키는 즉각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막겠다"며 반발했다.

압둘라 굴 터키 외무장관은 "쿠르드족의 키르쿠크 점령을 기정사실로 인정하지 않겠다"면서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혀 즉각 군사개입을 시사했다.

터키는 이미 수만명의 터키군을 이라크 국경지대에 전진 배치시켜 놓은 상태다.

이에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도 "미군 병력이 키르쿠크로 진입하는 대로 쿠르드족 민병대는 키르쿠크에서 철수시킬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터키는 또 쿠르드 민병대의 철수를 확인하기 위해 군사고문단을 이라크 내에 파견하기로 했다.

그러나 잘랄 탈라바니 쿠르드애국동맹 지도자는 "미군에게 키르쿠크 통제권을 넘기겠지만 치안유지를 위해 민병대의 상당수가 남을 필요가 있다"고 밝혀 불씨는 남은 상태다.

◆쿠르드족은=고대 페르시아 민족의 한 갈래로 인구 2천2백만~2천5백만명의 세계 최대 소수민족. 약 3천년 전부터 현재의 터키 남부와 이란.이라크 북부에 걸쳐 있는 쿠르디스탄 지역에서 살아 왔다.

쿠르드족은 이라크에서 독립을 추구하다 사담 후세인 정권의 박해를 받았다. 쿠르드족이 다수 살고 있는 나라들은 쿠르드족이 독립국가를 세우면 자기 나라 내 쿠르드족이 이에 가세해 내부 분열과 내전이 벌어질 수 있다고 본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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