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D주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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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달리기 운동이 만년건강의 열쇠는 아닌 모양이다. 「조깅」애호가들은 요즘「카터」미국대통령의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고 실망이 크다.
10km달리기대회에서 그는 6km 남짓 뛰고는 그만 풀썩 주저 앉았다.
TV화면에 비친 현장의 모습은 정말 기진맥진해 있었다.
「카터」는 50대 후반에 접어든 중노. 4년의 실력을 쌓은「조거」라지만 연륜의 벽은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일찌기「조깅」유해론을 편 사람이 있었다. 미국의 「J·E·슈미트」라는 의사는 대중잡지 「플레이 보이」(76년3월호)에 『달리기를 하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위협적인 글을 기고, 「조깅·붐」에 찬물을 끼얹었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달리기는 척추와 선골의 연결부분에 무리한 부담을 주며「디스크」나 쟁맥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여성의 경우는 자궁이탈의 위험도 따른다. 때로는 심장마비를 유발할 수도 있다. 심장의 혈관을 심하게 흔들어 혈관 벽의 지방을 움직이게 해 심장의 운동을 가로 막는다는 것이다.
「조지·시언」같은「조깅」의 권위자(의사)는 그런 주장을 근거없는 추측이라고 일소에 붙였다. 그는 생쥐의 실험에서 운동을 주기적으로 시킨「그룹」이 25%의 수명연장을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람은 생쥐가 아니다. 생쥐실험과는 정반대의 인간기록도 있다.「하버드」대학의 역대운동선수 2천명의 수명을 조사한 일이 있었다. 이들의 평균수명은 도리어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L·I·더블린」이란 사람은 미국동부의 8개 대학에서 1870년∼1905년 사이의 졸업자를대상으로 수명을 조사했었다. 4친9백76명의 운동선수와 평소 운동을 하지 않은 3만8친2백69명과의 수명을 비교한 것이다. 뜻밖에도 운동선수 쪽의 평균수명이 3개월 정도 짧았다. 「예일」대학의 경우도 마찬가지.
하긴 모든 사람의 생활환경이나 체질이 미국대학생과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한 두사랍도 아닌 수천 수만 사람의 경우이고 보면 허투루 들을 얘기는 아니다.
『달리기백과』라는 저서로 미국에「조깅·붐」을 몰고 온「J·F퍽스」도 몇 가지 충고를 잊지 않고 있다. 『체중과다나 고혈압 경향이 있는 사람은 무턱대고 뛰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더구나 심장병의 유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의사의 조언을 받으라고 했다.
「픽스」의「조깅」비결은「롱·슬로·디스턴스」, 일명 LSD. 『먼 거리를 천천히』-.
이를테면 좀 빠른 듯이 산책을 하라는 말이다.
「카터」는 뒤쫓는 사람을 성급히 앞서려다 그만 비틀거렸다. 정치 경주라도 하는 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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