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송씨 장부에 정치인·공무원 10여 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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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김형식(44·구속·사진) 서울시의원의 살인교사 혐의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은 7일 살해된 3000억원대 재산가 송모(67)씨가 생전에 작성했던 금전출납장부(‘매일기록부’)를 입수해 장부상 등장인물과 돈 거래 관계 등을 집중 조사 중이다.

 A4 용지 크기의 공책 1권 분량 장부에는 김 의원의 이름이 주로 등장하며 그 외에 정치인·공무원 등 10여 명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송씨의 가족들로부터 지난 3일 장부 전체를 제출받아 분석 중”이라며 “원래 이 장부는 경찰이 지난 3월 송씨의 사무실 개인금고에서 발견한 것”이라고 밝혔다. 송씨는 1990년대 초반 이후 최근까지 만난 사람의 이름과 지출한 돈의 내역을 매일 볼펜으로 꼼꼼히 적어왔다고 한다. 검찰은 이 장부의 내용을 토대로 김 의원이 송씨 소유의 내발산동 순봉빌딩 증축에 개입했는지, 김 의원이 친구 팽모(44·구속)씨에게 송씨를 살해하라고 지시했는지 등과 관련한 직접 증거 확보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또 팽씨가 범행 후 중국으로 도주한 뒤인 지난 3월 20일 오후 11시쯤 김 의원에게 ‘미안하다. 친구를 이용해서’라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5~6차례에 걸쳐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 메시지가 팽씨의 단독 범행을 시사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팽씨는 경찰 조사에서 “김 의원에게 문자를 보내기 전 국내 후배 임모씨로부터 ‘형님 찾으러 경찰이 왔는데 무슨 일이냐’라는 메시지를 받았다”며 “김 의원이 쫓기게 될까봐 먼저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팽씨가 사전에 김 의원과 약속한 대로 자신이 모든 죄를 짊어지고 가기 위해 이 같은 메시지를 보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팽씨는 처음엔 송씨 살해 사건에 김 의원이 연루된 사실을 숨기려 했다. 하지만 김 의원이 중국 공안에 붙잡힌 팽씨에게 “너 한국에 들어오면 내가 죽는다. 거기서 죽든지 탈옥을 하든지 하라”고 하자 진술을 바꿨다고 한다.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김 의원에 대한 구속기간(12일로 만료)을 한 차례(10일간) 연장할 방침이다.

한편 이성한(58)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이 진행 중인 김 의원의 살인교사 혐의와는 별건으로 뇌물수수 등 ‘돈의 흐름’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라며 “철도 납품업체 관련 내용도 모두 확인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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