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유물 아직도 여지 많다|형식적인 보호구역 설정…허술한 감시 드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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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안해저유물의 대량 도굴이 또다시 적발됐다. 검찰은 3일 문화재당국의 감시망을 뚫고 신안해저문화재 1천여점을 몰래 건져내 일본으로 해외반출까지 하며 암거래 중간상을 통해 국내 소장가들에게 밀매해온 도굴범조장호(38·전과2범·목포시호남동1의162)등 관련자 일당 10명을 구속했다.
이번 사건은 문화재관리당국의 문화재감시및 보존관리가 아직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문화재당국의 감시인력과 장비의 절대 부족은 여전히 횡행하는 도굴·밀매·위조등의 문화재사범들을 예방, 단속하기에는 너무도 빈약한 실정이다.
서울 인사동 골동품상 금당주인 부부실종사건 수사과정에서 부수확으로 얻어진 60여건의 문화재사범 적발은 문화재 감시와 관리의 허술함을 단적으로 증명해주었다. 이밖에 공주조폐공사공장 부지에서 발굴된 29기의 백제·고려·이조고분들이 모두 도굴돼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도굴사건은 문화재관리국 문화재단속반이 검찰과 경찰의 금당사건 수사에 협력하던 중 도굴범 조장호 일당의 도굴 신안문화재 암매 소문을 듣고 추적해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신안해저 문화재 도굴사건은 76년 문화재관리부의 공식발굴이 시작된 이래 목포지방에 도구문화재의 거래설이 계속 끈질기게 나돌아왔고 최근에는 해외밀반출이 많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번 사건전까지 검거된 신안문화재도굴사건은 8건에 압수된 유물만 7백10여점에 달하고있고 50여명의 관련자가 구속됐었다는 사실로도 이것이 단순한 풍문이 아니었음을 입증해주고 있다.
이번 사건은 도굴문화재가 양적으로 1천1백여점이나 되는 「대량」이라는 점과 그중의 상당량을 일본으로 밀반출했다는 점에서 큰 출격을 던져줬다. 또 도굴의 주범인 조장호일당이 당국의 공식발굴을 전후해서 두번이나 신안문화재도굴로 옥살이까지했던 재범이라는 점은 당국의 감시소홀을 비웃는듯한 인상마저 주고있다.
검찰발표에 따르면 76년11월 문화재 관리국이 유물이 침몰돼있는 전남신안군지도면 도덕도앞바다 반경 2킬로미터를 「사적보호구역」으로 설정하고 감시를 시작한 이후에도 1백13점의 문화재를 도굴했다는 것이다.
문화재관리당국은 검찰의 발표와는 달리 감시초소 설치이후 도굴은 없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로 이번에 압수된 도굴문화재들은 굴껍데기가 붙어있는등 그들이 최초의 도굴때 건져올렸던 것들과 같을뿐 아니라 지난해 8월까지 개펄 30센티미터속에까지 묻힌 문화재는 모두 인양을 완료했다는 점을 내세운다.
그러나 도굴범들이 조류에 밀려 멀리 흩어진 유물들을 찾아 건져 올렸다고 말한것이나 그 동안에 76년 이후 발생한 도굴사건들이 적지않다는 점으로 미루어 아직도 도굴의 여지는 남아있다고 봐야할것 같다.
따라서 현장 감시강화와 합께 이미 완료했다고하는 유물인양을 앞으로의 선체조사에 병행해 철저히 재실시하는 문제는 신중히 고려해봄직하다.
현재 신안문화재감시는 현장으로부터 2킬로미터 떨어진 섬에 초소를 설치하고 4명의 감시원을 배치한 것과 장비로는 14톤급의 낡은 감시선 1척과「서치라이」가 있는 정도다.
이같은 정도로는 도굴꾼을 발견해도 12「노트」밖에 안되는 느린 감시선의 속력때문에 뒤쫓을 수도 없고 탐조등도 안개가 끼거나 비가 내리는 밤에는 아무 효능이 없다는 것이다.
감시강화를 위해서는 우선 감시선을 쾌속정으로 바꾸고 야간에는 배를 현장에 정박시켜 철야감시를 해야할 것같다.
다음은 도굴에 반드시 동원되게 마련인 잠수부들의 전국적인 실태파악과 계몽지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시급한 문제는 골동품가의 공공연한 비밀인 도굴범들에 대한 「리스트」를 작성해서 특히 도굴된 문화재들이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도륵 강력한 회수작전을 전개하는 일일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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