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연구방법의 토착화|사회과학 연구협의회 세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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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나라의 사회과학자들이 지금까지의 연구방법과 태도를 반성하고 「우리」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방법론을 찾는데 필오한 조건이 무엇이냐를 진지하게 토론하는 「세미나」가 열려 관심을 끌었다.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열린 한국사회과학연구방법의 토착화를 위한 「세미나」(춘천·세종「호텔」) 는 「자기반성」과 「양심회복」의 주장으로 우리 학계가 안고있는 문제점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한국사회과학 연구협의회(회장 고병익)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김규택)가 주최한 이「세미나」는 한국사회의 여러 현상을 보다 정교하게, 그리고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있는 이론을 정립, 그 방법론적인 기반을 다지려는 의도아래에서 마련된 것이다.
40여명의 사회과학자들이 모인 이 「세미나」가 설정한 과제는 ①국내사회과학연구방법의 현황, 검토와 평가 ②서구에서 개발된 방법의 적용에 따른 문제점검토 ②새로운 접근방법의 개발방안 모색 ④한국사회과학의 자생적 발전풍토의 조성등-.
이만갑교수 (서울대·사회학) 가 「한국사회과학연구방법의 현황」에 대한 주제발표를 하고 ▲정치·행정학분야를 김광웅교수(서울대·행정학) ▲경제·경영학을 반성환교수(서울대·농업경제학) ▲사회·인류학을 홍승직교수(고대·사회학) ▲교육·심리학을 김재은교수 (이대· 교육심리학)
가 각기 맡아 분야별 발표를 한후 종합토의및 회의보고서 채택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이날 참석한 학자들은 우선 「토착화」의 개념규정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토착화는 주체화란 개념, 곧 문제인식·발상·방법의 적용, 연구결과의 해석등에서 주체성을 부여한다는 의미』로 풀이하는 한편, 「토착화」란 용어는 외래적인 것을 어느정도 소화하여 어느 정도 유용하게 사용할수 있느냐의 여부를 나타내는 말로 국한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같은 전제 위에 학자들은 『토착화가 주체화라고 한다면 우리의 전통적 요소의 발굴과 활용을 통한 새로운 한문전통의 정립은 한층더 높은 창의와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고 보고 『토착차가 반드시 「쇼비니즘」이나 자기민족중심주의에서 나온 것이어서는 안되고 「정치적」인 요소를 가미하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고 못박았다.
학자들의 연구방법과 태도에 대한 비판은 주로 「사회조사방법」 또는 통계적분석의 한계에 집중되었다.
이 한계점은 모든 사회과학의 연구방법에 공통된 문제로 지적되고 그 구체적인 사례들도 열거되었다(김광웅교수). 대표적인 사례 몇가지를 들어보면 ⓛ이론과 가설의 논리적 연결이 불분명하여 가설의 입증여부가 불확실해지는 경우가 상당히 나타난다 ②가설 정립원칙을 무시하거나 무리한 가설을 내세워 자료수집에 무리가 발생한다 ②방법내지 도구의 사용이 세련되지 못하고 엄격하지 않으며 통계적 분석의 적용에 부적절한 경우가 많다는 등이다.
아울러 제도적으로 연구풍토를 토착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방법론의 훈련을 위한 특별연수「코스」마련과 대학및 대학원교과목 조정 ▲「한국인」과 「한국사회」에 관한 기초연구의 대대적실시 ▲자료·정보「센터」의 구성 ▲새로운 「아이디어」를 장려하고 지원하는 여건의 조성 ▲정책연구위주로부터 기초연구로의 지원정책변화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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