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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빠 생긴 아이들, 재범률 5%뿐 … 가정이 답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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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4일 경남 창원시의 샬롬청소년회복센터 자원봉사자 박재의(33·왼쪽) 해군 대위가 소년범들을 가르치고 있다. 샬롬센터는 가족 같은 분위기로 재범률을 낮췄다. [송봉근 기자]

범법행위를 되풀이하는 소년범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어린 시절 가족 혹은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상처가 크다는 점이다. 초범이라고, 또 죄가 가볍다고 풀어주기만 할 게 아니라 그런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주는 게 소년범 문제 해결의 첫 단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실제 소년범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가정 해체로 인한 빈자리를 채워줌으로써 범죄와 손을 끊게 만드는 곳들이 있다. 소년범들을 맡아 생활하게 하는 대안 가정 같은 곳이다.

보호처분 받은 아이들 위탁교육

 지난 3일 오전 9시 경남 창원시 이동의 2층 주택에 자리한 샬롬청소년회복센터. ‘땡땡땡’ 종소리가 울렸다. 이곳을 운영하는 유수천(58)씨가 친 ‘기상 벨’이었다. 거리를 배회하며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을 하던 아이들을 생각해 오전 9시를 기상 시간으로 정했다. 학교에 간 3명을 빼고 10명이 눈을 비비며 나왔다. 김수찬(19·가명)군이 유씨의 부인 박선옥(54)씨에게 물었다. “엄마, 오늘 반찬이 뭐야.”

 김군은 친아들이 아니다. 고아원에서 자랐다. 중1 때 절도를 했으나 별 처벌 없이 고아원으로 돌아갔다가 도망쳤다. 다시 절도를 저질러 소년원에 두 번 갔다 왔다. 돌아갈 곳이 없는 김군을 유씨 부부가 거뒀다. 다른 아이들도 이런 식으로 샬롬에 들어왔다. 이들에게 부부는 말했다. “우리가 너희를 낳고 키운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너희의 엄마·아빠라고 생각한다. 여기 들어온 이상 너희들은 내가 지킨다.”

 말만이 아니었다. 먹이고 입히고 함께 나들이를 갔다. 뜨거운 것을 싫어하는 아이에겐 후후 불어 국을 식혀 줬다. 가정이 없는 아이들, 가정이 해체된 아이들로서는 겪어보지 못한 일이었다. 착한 행동을 하면 칭찬과 햄버거 같은 작은 상을 받았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변해갔다.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고, 봉사활동까지 나간다. 밥상머리에선 어른에 앞서 숟가락을 드는 일이 없어졌다고 했다. 현재 인문계 고교에 다니는 한 아이는 아예 집에서 키우며 대학 진학 준비를 시키고 있다.

소년범 재범률 42%보다 훨씬 적어

 샬롬의 아이들은 범죄와는 거의 손을 끊게 됐다. 유씨는 “그동안 60여 명이 샬롬을 거쳐갔는데 다시 범죄를 저지른 아이는 3~4명 정도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소년범 재범률 42%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해군 준위로 전역한 유씨와 부인은 2010년 샬롬의 문을 열었다. 부산가정법원 소년부 천종호(49) 부장판사의 얘기를 듣고서였다. 같은 교회에 다니던 천 판사가 “갈 곳 없는 아이들이 자꾸 범죄에 빠져든다. 이들을 위한 시설을 하나 운영해보지 않겠느냐”고 권유해서다. 1인당 40만원씩 법무부에서 지원이 나온다고 했다. 유씨 부부는 “실제 법정에 가서 겁에 질린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바르게 이끌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빈 주택을 빌려 샬롬 운영을 시작했다. 천 판사는 다른 지인들을 설득해 부산·경남 일대에서 샬롬까지 포함해 대안가정 12곳을 운영토록 했다.

직업훈련 위해 예산지원 늘려야

 샬롬 같은 대안가정들이 효과를 거두고 있지만 운영은 만만치 않다. 정부가 주는 1인당 월 40만원의 지원금으로는 식사와 간식비, 냉·난방비를 대기에도 빠듯하다. 같이 영화를 보거나 나들이 가는 돈은 대안가정 운영자 스스로 호주머니를 털거나, 사정을 아는 후원자들의 도움을 얻는다. 천 판사는 “대안 가정이 가족의 빈자리를 메우는 역할은 하고 있지만 재원이 부족해 사회인으로서 자리 잡을 직업 훈련 같은 것을 전혀 하지 못하는 한계가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위성욱(팀장)·신진호·최경호·최모란·윤호진·이정봉·구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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