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실업계 거물들 『오피스·로맨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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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경제문제에 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뉴욕」의「월·스트리트·저널」지는 「경영자소식」이란 3∼5행짜리 고정난을 두고 있다. 어느 회사의 아무개 회장이 이혼, 자기 계열회사의 여간부와 결혼했다는 따위의 토막소식을 전하는 난이다.
이것은 미국실업계의 풍토가 자유분방하게 변하고있다는 작은 예다. 야심만만한 「우먼·파워」가 기업에 몰려 중역자리로 승진을 노린다든가 같은 직장에 인간관계가 밀착된 두사람을 근무시키지 않는다는 「연고자기피」은조가 점점 퇴색하고 있다든가, 직장내의 「로맨스」가 별로 지탄받을 일이 못된다든가하는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다.
미국실업계에서 「보스」와 여비서간의 「로맨스」 는 공공연한 전통이었다. 그러나 70년대에 이르러선「로맨스」의 상대가 같은 회사나 관련업계의 여간부에게로 바뀌고 있다.
1964년 여성고용에관한 차별대우를 금지하는 시민권법안이 채택됐다. 그이후 똑똑한 여성의 사회진출이 두드러져 개중에는 큰회사의 중역으로 발탁되는 여성도 늘고있다.
「카터」대통령이 한때 상공장관 기용을 고려했던 현NBC방송의 여회장「제인·파이퍼」 (46) 는 「오피스·로맨스」의 대표적 인물이다.
그녀는 IBM에서 l7년간 근무한 끝에 지난 72년 홍보담당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녀에겐 숨겨놓은 애인이 있었는데 바로 같은 회사의 「랠프· 마이퍼」수석부사장이었다.「파이퍼」부사장은 75년 자식이 10명이나 딸린 부인과 이혼하고 「제인」과 결혼했다.
회사내의 눈총 때문인지 「제인」은 결혼 후 IBM에 사표룰 내고 개인사무실을 차렸다가 78년 가을 NBC방송의 회장으로 옮겼다.
모기업인 RCA의 이사자리까지 차지한 그녀는 미국실업가에서 가장 강력한 위치에 있다.
「아메리카」 온행의 수석부사장「조지·스트롤」과 이 은행의 다른 부사강 「엘리자베드」 는 부부사이며 「존·먼빌」회사의 총지배인 「맥뒤프」와 부사강 「아이린」도 「오피스·로맨스」로 결합했다. 또 「브래니프」항공의 「하딩·로런스」 회장은 수년전 부인과 이혼하고 자기회사 광고를 취급하던 여사장과 재혼했다.
보통 회사의 중역이나 중간간부들 가운데는 부하 여직원이나 사업 「파트너」와 비밀스런 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남녀중역끼리의 결합은 당사자에겐 여러모로 편리하다.
언제나 회사비용으로 고급「레스토랑」에 드나들 수 있고 여행을 즐길수도 있다. 또 독립된 은행구좌를 가져 피차 구차스러울 필요도 없다. 뿐만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기업합병의 효과까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도 많은 회사가 사원이나 간부들의 처신에 도덕률을 강조하고 있긴하다.
그러나「스탠퍼드」대의 사회학교수 「윌리엄·구드」가 일찌기 『앞으로 여사무원들은 훨씬 더「섹시」해질것』이라고 예언했듯이「섹시」해야 돈도 별고 출세도 하는 역설적인 세상이 됐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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