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의 대민자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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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주사회에서의 경찰관의 집무 자세가 어떠해야 하리라는 것은 긴 설명이나 논리가 따로 필요 없다.
대민자세문제에 대해 우리 경찰이 갖고있는 스스로의 인식도 이미 남의 충고나 지도를 받을 여지가 없을 만큼 투철한 단계에 와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렇지만, 그와 같은 인식이 구체적인 공무집행의 과정에서 항상 완벽하게 반영되었다고 주장할 사람은 아마 하나도 없을 것이다.
내무부가 22일 전국경찰에 대해 교통사범단속 업무수행에서 반말이나 욕설을 하는 등 거만한 자세를 취하지 말도록 새삼 지시한 것도 경찰관들이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을 모르고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반말·욕설을 하지 말라거나 단속중에 호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몸을 기대는 흐트러진 자세를 취하지 말라거나 하는 따위의 장관지시는 지시가 없더라도 당연한 상식 이전의 요청이다.
그렇다면 삼척동자라도 알고 으레 그렇게 해야 할 당연한 일들이 왜「민중의 지팡이」라는 경찰관들에 의해 지켜지지 않고 새삼스런 지시까지 나와야 하는가. 그것을 단순히 사람이하는 일이기 때문에 일부 경찰관의 실수라고 얼버무려 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 각도에서 경찰관의 자세에 뼈아픈 반성을 촉구한다. 공무원이 갖는 권력적 측면과 봉사적 측면 가운데, 경찰은 특히 권력적 측면이 더 두드러진다. 경찰관직무집행법의 규정대로 경찰이『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의 보호와 범죄의 예방, 공안의 유지, 기타 법령 집행등의 직무를 충실히 집행』하기 위해서는 강권의 발동과 물리력의 행사가 불가피해지고, 이 과정에서 집행하는 경찰이 집행 당하는 시민에 비해 우월하고 강제적인 위치에 서게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바로 이같은 직무의 속성 때문에 경찰관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기율과 자제와 봉사자로서의 자세가 요청되는 것이며, 가령『필요한 조치는 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함용돼서는 안된다』거나『예절을 지켜야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법령규정을 둔 것도 이런 요청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
더구나 우리 경찰에는 권위적·강압적 업무집행의 한 권화였던 일제경찰의 체질이 아직도 잔존해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권력적·측면에 대한 자제요청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얼마전 신민당사에서 있은 의원·기자에 대한 폭행사건을 비롯해 최근에도 잇달아 보도되고 있는 경찰관들의 탈선·과잉 조치등을 보면 여전히 권력의식이 경찰내부에 강하게 흐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게 만든다.
당연히 취해야 할 자세가 취해지지 않는 까닭도 몰라서가 아니라 권력 의식적인 체질의 발로라고 보면 지나친 해석이 될 것인가.
교통경찰이 연령의 상하를 막론하고 반말하는 것이나, 이번 장관지시가 적시한 것처럼 상대방의 신분에 따라 자세가 달라지는 까닭이 다른데 있다고 보기 어렵다.
물론 우리도 이 나라 경찰관의 격무와 낮은 봉급수준으로 인한 생활고를 알고 있고 더 개선돼야한다고도 생각하고, 특히 교통경찰관의 경우 극심한 배기「가스」속에서 혹서·엄동을 무릅써야하는 열악한 근무환경을 모르는바 아니다.
그러나 근무조건의 개선과 자세의 확립은 엄연히 별개의 문제이며, 이번 내무부 지시를 한 계기로 삼아 교통단속업무뿐이 아닌 경찰관 전체의 집무자세가 어떠해야 할 것인가를 다시 한번 냉철히 반성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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