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던 대구 9회 말에 「배수진」|대거 6점 뽑아 서울에 역전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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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9회 초까지 13-8로 뒤지던 대구고가 9회 말 무려 6점을 올려 지난해 우승「팀」인 서울고를 14-13으로 격침, 새로운 대역전의 명수로 등장했다. 16일 서울 운동장에서 벌어진 제9회 봉황기 쟁탈 전국 고교 야구 대회 12일째 3회전 마지막날 경기에서 올해 서울 운동장을 처음 밟은 대구고는 서울고와의 대 격전에서 장장 3시간37분에 걸친 국내 야구 사상 최장의 지구전에다 36안타를 주고받아 한「게임」 안타수 국내 「타이」 기록 (67년5월 농협-제일은전)을 세우는 등 진기록을 속출시키는 가운데 「9회말 역전」의 감격적인 「드라머」를 연출한 것이다.
한편 광주상고는 이날 1회초 4번 최인수의 우월 3루타 등 집중 3안타를 터뜨려 일거에 3점을 선취, 기세를 올렸고 5회초 5번 노영석·6번 윤의요의 연속 안타 등으로 2점을 보태 부산상고에 5-3 6회 일몰 「콜드·게임」승을 거두었다.
광주상고는 지난 4월 대통령배 대회 준준결승에서 3-2로 분패한바 있어 4개월만에 통쾌한 설욕에 성공하고 8강 대열에 오른 것이다.
대구고는 이날 1회부터 치열한 타격 전으로 대량 득점의 경쟁을 벌이는 난전 끝에 8회초 서울고 4번 김영균에게 「드리런·홈런」을 맞는 등 5점을 잃은데 이어 9회초 다시 2점을 뺏겨 13-8로 재 역전 당해 패색이 결정적이었다.
그러나 9회말 기적이 일어났다.
대구고는 3번 김오웅이 사구, 4번 심규영과 5번 은석진의 연속 안타로 무사 만루를 만들었고 이어 6번 대타 김강익의 좌전 적시타로 2점을 만회, 13-10으로 따라붙었으며 계속해서 7번 전승희의 좌월 2루타와 서울고 유격수 정충민의 악송구로 2점을 추가하여 13-12로 추격, 3만5천여 관중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계속된 무사 3루의 「찬스」를 가진 대구고는 8번 김영국이 지리 멸렬한 서울고 「마운드」를 다시 통타, 우월 3루타를 터뜨려 13-13동점을 이뤘고 1사후 1, 3루에서 서울고 투수 박동경이 대구고 2번 임창호를 고의 사구로 보내기 위해 던진 「볼」이 포수의 키를 넘는 폭투가 되어 행운의 불로 소득으로 어이없이 결승점을 장식, 아직 1사 주자 l루인 채 파란만장한 난타전의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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