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부부 교사의 집념 5년만에|가난을 벗은 섬 마을|보령군 오천면 월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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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가난을 숙명으로만 알고 살아오던 낙도가 한 젊은 부부 교사의 힘으로 5년만에 충남도내에서 가장 소득이 높은 낙원으로 탈바꿈했다.
충남 보령군 오천면 월도. 사방을 둘러봐야 넘실대는 푸른 파도와 아스라이 안개 속으로 육지가 바라보이는 월도는 5년 전만 해도 가난한 어부 10여가구가 섬 주변의 멸치를 잡으며 살아오던 넓이 9천여평의 버려진 섬이었다.
월남 전선에서 갓 돌아온 조병태씨 (35)가 부인 이미자씨 (34)와 함께 낙도 교사를 자원, 월도에 들어온 것은 74년4월말이었다.
주민 18가구 1백35명이 있는 이 섬에 광명국교 월도 분교가 세워진 때였다. 개교 당시 월도 분교는 17명의 어린이가 1, 2, 3학년으로 1학급에서 복식 수업을 했다.
학교래야 교실 l칸만 섬 언덕에 덩그러니 서 있을뿐 운동장도 제대로 없어 창고보다 약간 나을 뿐이었다.
조 교사와 부인 이씨는 호주머니를 털어 나무와 꽃을 사와 산언덕을 깎아 내리고 계단을 쌓아 운동장과 화단을 만들었다.
조씨 부부의 이같은 노력은 학교 부지 l천1백60평은 어느 솜씨 좋은 정원사가 꾸민 정원보다도 아름답게 꾸며졌다..
조씨 부부는 학교 가꾸기 사업을 어느 정도 마무리 지으면서 주민들을 설득, 마을 환경 가꾸기 사업을 벌이고 소득 증대를 위해 집집마다 오리와 돼지 기르기·포도 재배 등 부업을 장려했다.
또 주목망 어업에만 의존하던 어업 형태를 탈퇴, 마을 공동 어선을 마련해 수출 어종인 농어·대화 등 값비싼 고기를 잡도록 권장했다.
조씨의 설득에 따라 소득 증대 사업이 이뤄져 1백여만원이던 것이 5년만인 올해는 4백50만원으로 늘어났다.
밤마다 호롱불 밑에서 벌어지던 노름판도 없어졌다.
조씨는 자기 봉급을 쪼개 76년에는 소형 발전기를 사들여 마을 전체에 전기를 넣었다. 마을에 처음 전기가 켜지던 날 마을은 잔치 기분에 들떴다.
집집마다 TV·전축·자봉틀 등 문화 시설을 갖춰 문화 생활을 즐기게 되었다.
군대에서 군악대에 근무했던 조 교사는 거칠기 만한 섬 어린이들의 정서 순화를 위해 어린이들에게 악기 다루는 법을 가르치기도 했다.
조씨는 친지들로부터 악기를 기증 받고 주민들의 찬조와 교육청의 예산을 얻어 「바이얼린」 15점·「첼로」 2점·피리 50점·「플룻」 1점 등 악기 l5종류 79점 (3백만원 어치)을 갖추고 77년 전교생 48명을 참가시킨 관현악 합주단을 편성, 방과 후 학생들에게 연주법을 가르쳤다.
합주단원에는 3학년 이하의 저학년이 22명이나 되어 연습을 시키는데 애를 먹었으나 이제는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제5번』 『고향의 봄』등 10여곡을 무난히 합주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을 얻은 주민들은 오는 가을 육지로 나가 연주회를 가질 계획까지 세웠다.
합주단들은 오늘도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여름을 잊고 관현악 연주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이 연주하는 아름다운 음률은 파도를 타고 흘러나가 고기잡이하는 학부모들은 한결 일손도 가벼워졌다. 【대전=김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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