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자연과 더불어 "나"를 가꾼다|고교생 임해 수련장 「대천의 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어둠을 깨고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면서 힘찬 구령 소리와 함께 모랫벌을 달리는 2백40명의 건각이 잠자는 대지를 흔들어 깨운다.
섭씨 30도를 넘는 여름 한낮의 무더위도 열기 앞에서는 빛을 잃고 만다.
넘실대는 푸른 바다처럼 청소년들의 마음이 일렁이는 고교생 하계 임해 수련장 「대천의 집」

<한번에 2백50명 수용>
서울시 교육 위원회가 1억4천만원을 들여 지난해 11월 착공, 여름방학을 맞은 지난달 21일 개관한 충남 보령군 대천 해수욕장에 자리잡은 「대천의 집」 (원장 이준해 서울 교육원장)에서는 올 여름 서울 시내 1천2백명의 고교생들이 5기로 나눠 몸과 마음을 가꾸고 단체생활을 익히며 원색의 자연과 만나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대천의 집」은 대지 6백30명에 건평 3백33평의 3층 건물로 6개의 생활실과 강당, 옥내의 취사장과 「샤워」장·관리실·의무실·방송실을 갖추고 있으며 동시에 2백5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지난달 21일 개관과 함께 첫 입주의 기쁨을 안은 경기 고교 등 서울 시내 12개교 학도 호국단 간부 학생 2백40명은 4박5일 동안 총 63시간의 자연 보호·근로 봉사·취사 등 생활 수련과 독서·명상·대화·건전 노래 부르기 등 정신 수련, 그리고 수상 안전·수영 등 신체 훈련을 받았다.
이곳에서의 생활은 네모난 교실에서 꽉 짜여진 일과만을 되풀이하는 학교와 달리 참가한 고교생들 스스로가 시간표를 짜고 질서와 규율을 자율적으로 지켜 학교나 가정에서처럼 교사나 학부모들에게 얽매임 없이 각자가 자신을 다스리는 기회를 갖는다.
새벽 5시 기상과 동시에 구보와 체조로 몸에 활기를 불어넣고 직접 지은 아침 식사를 마치면 상오 8시 지도 교사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숲으로 둘러싸인 조용한 강당에 모여 자기 반성의 시간을 갖기도 하고 가정·진학 등 주변 일에 대한 명상에 잠기기도 한다.
「대천의 집」에서는 또 교육계 인사·인근 지방 기관장 등을 초빙, 하루 1시간씩 국민 정신 교육·훈화를 실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행사에는 이창갑 서울시 교육감을 비롯, 황제주 충남도교육감, 신집호 전 경북고 교장, 윤창원 보령 경찰서장, 육군○○부대장, 송영식 서울 교육원 지도 과장 등이 참석, 『나라의 새로운 일꾼으로서 갖추어야 할 호연지기를 기르고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 계기로 삼아달라』는 등의 당부를 했다.
2기 수련생 공민중 군 (18·유한 공고 3년)은 『일상을 떠난 생활을 하면서 장단점이 뚜렷이 구분되는 나를 알게 되었고 새롭고 보다 나은 인간으로 자라야겠다는 반성과 각오가 마음에서 우러나왔다』고 수련 소감을 밝혔다.
상오 10시부터 낮 12시 반까지, 그리고 하오 2시 반부터 5시까지는 수상 안전과 수영 강습 시간.

<설익은 밥도 꿀맛같이>
양문석 서울시 교위 체육 과장 학사 등 3명의 전문 강사와 12명의 생활 지도 교사가 수련생들을 12개 분임으로 나눠 준비 운동·기초 수영·구급법·수상 「스포츠」 등을 가르친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뙤약볕 아래서 수련생들의 얼굴은 어느새 검붉게 물들고 등줄기를 흐르는 땀이 그칠 줄 모르지만 하루 5시간씩의 수영 훈련에도 이들의 몸은 좀처럼 지칠 줄 모른다.
서투른 솜씨로 지은 설익은 밥에 집과는 비교도 안되는 빈약한 식탁이지만 너나 할 것 없이 대식가가 되어 항상 넘쳐흐른 힘으로 이들은 수련장 주변의 자연 보호와 환경 정비 등의 노력 봉사에도 앞장서 오물 처리장을 만들거나 1백평짜리 취사장에 「블록」을 깔고 옥외「샤워」장의 하수 시설 작업을 돕기도 했다.
땅거미가 찾아들면 작열 하는 태양의 빛도 그 위력을 잃어가지만 수련생들의 보금자리인 「대천의 집」에서는 어둠을 밝히는 또 하나의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한다.

<밤이면 「캠프·파이어」>
「캠프·파이어」에 둘러앉은 수련생들은 단체 생활에서 빚어진 괴로움과 불만을 모두 태워버리고 가슴 뿌듯이 안겨오는 벅찬 만족감을 노래와 연극·장기 자랑 등 「레크리에이션」의 흥겨움에 실어 보내면서 아침 햇살과 함께 찾아오는 밝은 내일을 기약하는 것이다.
글 홍성호 기자
사진 채흥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