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의 한국인들 교회설립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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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중공에서 신앙생활이 허용되고 최근에는 교회를 세우려는 움직임마저 일고있다고 중공에 사는 한 동포가 전해왔다.
「시카고」 한인교회 양치관 목사(61)는 5년간 서신왕래를 했던 중공 만주 무순에 사는 처조카 김출수 씨(45)로부터 최근 교회를 지으려고 하니 재경지원을 해달라는 편지를 받았다.
양목사가 김씨와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한 것은 74년 겨울부터.
양목사는 부인 김백년 씨(60)와 함께 여러 곳에 「크리스마스·카드」를 쓰다가 한 가닥 기대 속에 만주에 살고있는 처남 김진오 씨(85·김백년 씨의 오빠) 가족에게 간단한 내용과 함께 앞의 주소로 「카드」를 보냈었다. 혹시 이사했을지 몰라 봉투 끝에 『한국인이 이 「카드」를 받으면 김진오 씨 가족을 찾아 전해 주시오』라고 쓰고 조카들의 이름도 모두 적었다.
약 한달 뒤 『잘 받았다』는 답장이 와 이후 처조카 김씨를 통해 한 달에 한 두 번 편지 왕래를 했다.
양목사는 자신이 목사라는 사실이 중공당국에 알려지면 편지전달이나 가족들에게 불리할까봐 신분을 감추고 가족들의 안부만을 전했다.
그러다가 지난 3월 처조카로부터 『우리는 지금껏 숨어서 신앙생활을 해왔는데 등소평 부수상이 미국을 다녀온 뒤 「신앙의 자유」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몰랐습니다. 여기서는 성경을 살 수 없고 찬송가는 다른 사람의 찬송가책을 빌어다가 베껴봅니다. 성경을 보내주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편지를 받고 양목사는 비로소 목사임을 밝히고 성경과 찬송가책을 우송했다.
지난 6월말에는 처조카로부터 교회를 지으려고 하는데 재정지원을 해달라는 편지가 왔다.
양목사는 이 편지를 받고 감격하여 「시카고」 한인교회 예배시간에 교우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암흑의 땅으로만 알았던 중공에 신앙의 자유가 회복되어 교회를 세우려한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시카고」지역 한인신도들은 앞으로 적극적인 지원을 하기로 다짐하고 즉석에서 7백 「달러」(35만원)를 모금해 중공으로 송금했다.
양목사는 앞으로도 교회건립 기금이 모금되는 대로 계속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카고 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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