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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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시인과 연인들이 즐기는비는 이슬비 또는 가랑비다.
비틀 맞아도 맞는것 같지 않고 이슬이나 안개처럼 몸에 감기는 그런 비들이다. 우산도 필요없다.
그런 비는 빗방울이 작다. 직경이 0.5밀리미터이하다. 떨어지는 속도도 느리다. 빨라야 초속 2m 이하에 지나지 않는다.
보통은 직경 0.87밀리미터에서 3밀리미터 사이의 비가 제일 흔히 내린다. 물론 강우나 호우라고 빗방울이 무턱대고 커지지는 않는다. 5밀리미터가 넘으면 두어개로 갈라지기 때문이다.
지난 1주일내내 서울에는 비가 내렸다. 조금도 반가운 비가 아니었다. 오늘 새벽까지도 강우량이 30밀리미터가 넘었다. 인천은 자그마치 70밀리미터나 되었다.
비는 한 시간의 강우량이 10밀리미터가 넘으면 대우라고 한다. 20이 넘으면 호우가된다.
하루 강우량도 50이 넘으면 대우라하고 1백이 넘으면 호우가 된다고 관상대에서는 분류한다.
서울의 잠수교는 하루강우량이 50밀리미터만 넘어도 물속에 잠기지만 하천이 범람하는 것은 보통은 1백이상때다.
이런 때에는 곳곳이 몰수하게 되는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아무리 호우라 해도 잠시뿐이라면 별 탈은 없다.
꾸준히 비가 내린다해도 대우 정도라면 큰 피해를 겪지도 않을 수 있다.
무서운건 집중호우다.
지난 5일 새벽부터 5시간동안 강원 일대와 중부전역에 걸쳐 최고 2백85밀리미터의 집중호우가 있었다. 같은날 전북도 1백41밀리미터의 호우를 얻어맞았다. 전국적으로 멀쩡했던곳은 제주도와 경상도뿐이었는가 보다.
중앙재해대책본부 에서는 오늘 하오 현재 인명 피해만도 사망이 71명, 실종57명, 부상36명, 이재민이 7천1백99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재산피해도 1백93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강원도 한곳만으로도 어제까지의 피해가 5억원에 이른다고 한 신문은 보도하고있다.
피해가 얼마나 더 불어날지는 알길이 없다. 간밤의 비로 도봉동의 한 철거대상의 판자집 주인은 새집마련을위해 챙겨뒀던 현금1백50만원을 가재도구일체와 함께 물에 날려 버렸다. 「택시」 속에서 들은 얘기다.
이런것은 재해대책본부에서 발표하는 수자속엔 들어가지도 못한다.
학생이 한푼, 두푼모아사들인 알뜰한 그림책과 얘기책올 잃은 아쉬움도 수자로는 나타나지 않는다.
가족을 잃은 사람의 슬픔은 더욱 나타날 길이 없다.
하늘은 오늘도 갤 것 같지는 않다. 야속한 하늘을 원망해야할지, 아니면 해마다 겪는 물난리에 손하나 까딱하지 못한채 안타까와만 하는 우리네를 비웃어야만 할것인지. 하늘이 무겁게만 느껴지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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