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와 공포 적절히 섞어 정성보인『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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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기온이 30도 이상 오른 요즘은「탤리비전」을 본다는 것도 고역이다. 이런 고역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된 것이 각TV국의 납량특집「프로」들이다. 특집극·「다큐멘터리」·「스포츠」·만화영화·외화 등 3TV국은 각각 개성 있고 다양한 특집프로를 마련, 더위에 시달리는 시청자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별다른 오락을 갖지 못하고 있는 한국가정에서「탤리비전」은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오락매체다. 이를 위해 방송국이 정성을 들여 좋은 프로를 마련해 준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세계납량「쇼·시리즈」』『형사』『추적』『세계권투「타이틀」전』『장편만화영화』 『극영화 진주만』『빙상「쇼」(이상 TBC-TV),『안나·카레리나』『세계 「피겨스케이팅」대회』『바다는 살아있다』(이상 KBS-TV),『납량 명랑 운동회』『수사반장』『사랑의 계절』(이상 MBC-TV)등은 모두가 정성을 들여 마련된 프로들이다.
오랜만에 시청자들은 훌륭한「프로」들을 풍성하게 즐기고 있는 셈이다.
○…납량특집극 가운데 특기할만한 것이 TBC-TV의『형사』「시리즈」다. 추리와 공포를 적절히 섞은 완벽한 범죄 극이었다. 이런 유의 영화일수록 앞뒤가 맞아 떨어져야하는데, 2편까지 방영된 현재까지 상당히 치밀하게 구성돼있다.
정성을 쏟으면 이만한「드라마」도 제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KBS-TV가 방영하고 있는『안나·카레리나』는 더 설명할 필요 없이 널리 알려진 명작이다.
영국BBC-TV가 제작한 이 영화는 10시간 길이의 대하「드라마」다. 이 작품이 TV「드라마」로 제작, 방영되었을 때 많은 평론가들은『원작(소설)다음으로 감동을 준 영화』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탤리비전」을 보고는 실망하고 말았다.
물론 줄거리나 얘기는 충분히 전해졌지만 원 영화가 주는 감동은 반감되고 말았다.「더빙」때문이었다. 외화를 볼 때마다 번번이 느끼는 일인데 외국배우들의 원음을 그대로 살리고「더빙」대신 자막을 넣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다. 배우가 직접 말하는 생동감이 영화내용의 감동을 크게 좌우하기 때문이다. 김윤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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