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타는 연예계 인기가수만 바빠|임해방송 늘어 각국서 "가수 잡기"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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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깊은 침체와 무더위가 겹쳐 숨을 죽이고 있는 가요계와는 달리 요즘의 인기가수들은 바쁘기만 하다. 해마다 휴가철인 이맘때가 되면 전국의 각 방송국서 다투어 벌이는 임해 납량행사가 겹쳐 가수들의 일감이 부쩍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름이 되면 서울에선 가수를 구경하기 어렵다는 얘기까지 나돌기도 하고 서울의 방송국 일선PD들은 부족한 가수섭외로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해변에서의 공개프로그램 제작은 서울의 TBC가 연포, CBS가 강원도 몽산포, DBS가 인천 송도와 충남대천 등 전국적으로 20여 군데나 된다. 이밖에 KBS, MBC등은 소비절약 때문에 예년과는 달리 해변공개방송이 없으며 특히 KBS의 경우는 지방 국에서도 일체 하지 않고 있다.
특히 TV의 경우는 3국이 나란히 바닷가에서의 제작을 금하고 있다. 다만 민방은 바닷가 대신에 서울근교의 강가를 찾아 납량의 효과를 얻고있고 야외를 찾지 않는 KBS는 여름철에 걸맞지 않는 겨울노래 등을 특집으로 내어 납량효과를 대신하며 노래에 어울리게 눈 내리는 겨울철의 녹화「필름」을 마련하기로 했다.「라디오」지방 국은 서울보다 약잔 여유가 있어 많은 방송국이 일정을 짜놓고 있다. 광주 전일방송과 군산 서해방송이 충남 변산과 대천, 부산MBC가 해운대와 송도에서 매일 공개방송을 갖고 강릉MBC가 강원도 연곡, 진주MBC가 경남 삼천포, 대구CBS가 서북 포항, 전주MBC가 변산, 여수MBC가 여수근해, 마산MBC가 마산근해 해수욕장에서 각각 공개방송을 예정하고 있다.
이렇게 지방에서의 특집행사엔 자연 인기가수 중심으로 출연진이 구성된다.
대부분의 지방 행사에 빠지지 않고 끼이는 1급 가수들은 남녀 30명 정도.
남자가수로는 최헌 최병걸 윤수일 조경수 오승근 박일준 김만준 김태곤 함중아 한민 이택림군 등이며 여자가수로는 혜은이 이은하 박경애 정애리 현숙 장은숙 차균옥 박은옥 정종숙 선우혜경 전영 희자매 김상월 허성희양 등이다.
각지로 쫓아다녀야 하는 임해방송은 가수로서는 힘겨운 일이지만 특별히 휴가를 즐길 수 없는 가수들에겐 피서를 겸하는 나들이로 즐거움을 찾기도 한다.
행사가 워낙 비슷한 시기에 열리기 때문에 이런 행사를 앞두고는 지방방송국의 PD가 서울로 와서 출연교섭을 벌이기도 하고 각 전속「레코드」사에 의뢰, 가까스로 일정을 쪼개기도 한다.
이 때문에 지방을 가는 출연료는 평소의 출연료보다 상당히 높다. 서울에서의 경우 1회 출연료가「라디오」가 1만2천 원, TV가 2만원 정도인데 지방을 가게되면 A급 15만원, B급 10만원, C급 5만원 정도로 출연료가 오른다. 실제 방송시간은 1∼2시간에 지나지 않지만 오고가는 시간을 잡아 하루「개런티」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인기가수들이 바쁜 것은 꼭 지방행사 때문만은 아니다. 밤무대의 출연도 여전하다. 서울의 경우 불황이 심하다고 하지만 평소 해오던 가수들의 출연을 막 끊을 수 없는 노릇. 오히려 가수들의 숫자를 줄이고 대신 인기가수 l, 2명을 꼭 끼게 하다보면 인기가수의 일거리는 더 늘어나기 마련이다.
「살롱」「비어홀」등 밤무대에서의 출연료는 A급이 한 달에 1백50만원, B급이 1백 만원, C급이 60만 원 정도이고 인기가 높은 몇몇 가수들은 2, 3곳 겹치기로 출연하기도 한다.
아무튼 인기 있는 가수들은 불황과 무더위의 거센 바람에도 아랑곳없이 여전히 바쁜 것이 요즘의 형편이다. <김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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