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밀수수법이 보다 교묘해졌다|제2 우진호 검거로 드러난 새 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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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외항선을 이영한 해상밀수의 수법이 달라지고 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이 적발한 대일 냉동수출선 제2우진호(선주 강연속·42)의「다이아몬드」·금괴밀수사건은 시년 대검찰청의 여수지방 밀수폭력 수사이후 드러난 최대규모의 밀수다.
제2우진호(90·1t)는 시가 10억 원에 이르는 금괴 20개와「다이아몬드」20개 등을 비창에 숨겨 들여오다가 세관 감시선에 적발돼 선장 강옥천씨(44) 등 모두 14명이 구속되고 관련자 40여명이 수배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다이아몬드」가 해상밀수품목에 처음으로 끼어 든 것이 밝혀져 세관당국을 긴장시키고있다.
대일 냉동어수출 선을 이용한 밀수양상은 해방직후에는 옷감과 화장품 류가 대종을 이루었으며 그후 전자제품·녹용·금괴 등으로 고급화·대형화 됐지만「다이아몬드」가 끼어 들어 소형화·귀금속화가 된 셈.
또 이번 사건은 남해안 해상밀수조직이 변모했음을 말해주고 있다. 종전에는 선주와 선원들끼리 일종의 동업형식으로 밀수해왔으나 최근에는 정보누설 등을 막기 위해 가족·친지중심으로 밀수조직이 이뤄지고 있다.
제2우진호의 경우 선주 강씨와 선장은 사촌형제이며 자금책은 선주 강씨의 내연의 처와 육촌 여동생이 맡았고, 갑판장은 육촌여동생의 남편 등 혈연관계로 얽혀있었다.
관세청이 해상밀수를 막기 위해 지난 5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대일 냉동어·활선어수출선의 입항 항구지정제도는 오히려 밀수선이 해상에서 밀수품을 분선 할 수 있는 허점을 보였다.
제2우진호는 지난 14일 상오8시쯤 장승포항에 입항, 감시선단의 검색을 받았으나 무사히 통과, 일단 외항선에서 내항선 자격으로 바뀌어 녹수로 들어오던 중이었다.
외항선에서 내항선으로 자격이 바뀌면 모항으로 항해 중 어느 곳에 기항해도 무방하기 때문에 승간에서 분선과 만나 밀수품을 옮겨싣기가 수월해진다.
제2우진호는 여수 신항으로 들어오면서 기관고장이라고 신고, 해상에서 밀수품을 선주가 타고 온 분선에 옮겨싣기로 했으나 짙은 안개로 분선과 만나지 못하고 해상에 정박 중 밀수정보를 입수한 여수세관소속감시선「솔개미호」에 덜미를 잡혔다.
제2우진호는 기관실 철판을 뚫어 비창을 만들고 철만에 녹이 슬게 하는 약을 발라 위장했기 때문에 세관원들은 선원들로부터 자백을 받고도 밀수품을 찾아내지 못해 애를 먹었다.
75년 대검특명 반이 3개월 동안 여수지방 밀수폭력을 수사하면서 관련자 1백73명이 구속된 후 여수는 오명을 씻고 새 모습으로 탈바꿈했으나 다시 밀수군들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하자 주민들은 이들의 뿌리를 뽑아야한다고 입을 모았다.75년 대검의 밀수범 소탕 때에는 경찰서장·세관장 등 관계공무원 20여명이 파면 또는 구속되어 밀수의 뿌리가 각계에 뻗쳐있음이 드러났었다.<여수=임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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