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시진핑의 주변국 외교 방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친밀(親)·성실(誠)·혜택(惠)·포용(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펼칠 주변외교의 새로운 방침이자 지도이념이다. 이웃 나라와 더 친하게 성의를 갖고 대하며, 중국 발전의 혜택을 나누며 더 포용하겠다는 뜻이다. ‘운명공동체’라는 새로운 이념도 제시했다.”

 지난달 25일 상하이에서 만난 팡슈위(方秀玉) 푸단(復旦)대 국제문제연구원 부교수는 중국의 새로운 주변외교 방침을 이렇게 설명한다.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학준)과 상하이사회과학원이 ‘변화하는 동북아 신질서’를 주제로 연 세미나에 참석한 그는 “지난해 10월 24~25일 시 주석 주재로 열린 ‘주변외교업무좌담회’에서 이 같은 방침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의 이번 한국 방문의 전략적 기본틀도 이 회의에서 나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시 주석의 주변외교에는 옛것과 새로운 내용이 섞여있다. ‘이웃을 선하게 대하고 이웃을 동반자로 삼는다(與隣爲善 以隣爲伴)’와 ‘목린(睦隣·화목한 이웃), 안린(安隣·안정된 이웃), 부린(富隣·부유한 이웃)’ 등은 기존 정책이다. 여기에 ‘친·성·혜·용’이라는 새로운 지도 방침이 제시된 것이다. 팡 교수는 “인심을 얻고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일을 펼쳐 주변국이 중국을 더욱 우호적이고 친근하며 이해하고 지지하게 만들어 중국의 친화력·감화력·영향력을 키운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친·성·혜·용 외교의 분야별 정책도 제시됐다. 경제 분야에서는 상호이익과 윈윈 구조의 심화를 강조했다. (중앙아시아 지역에)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동남아시아 지역에)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를 건설하고, 자유무역협정(FTA) 전략을 서두르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만들어 역내 금융 안전 네트워크를 완성하겠다는 취지다. 주변국과의 경제일체화 전략이 그 핵심이다.

 안보 분야에서는 역내 안보 협력을 강조했다. 상호신뢰·상호이익·평등·협력이라는 신안보관(新安全觀)을 견지하며, 역내 층차적인 안보협력 기제를 만들어 전략적 상호신뢰를 증진한다는 뜻이다. 주변외교의 목표는 ‘주변의 평화와 안정 유지’다. 북한의 추가 도발 행위를 막겠다는 중국의 강경한 태도가 나온 이유다.

세미나에 참석한 류밍(劉鳴) 상하이사회과학원 국제관계연구소장은 “시진핑 주석의 외교 사상은 우리도 따라잡기 벅차다”고 토로한 뒤 “중국은 우호적이지 않은 일부 주변국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과의 갈등은 역사영토 차원을 넘어선 전략적 경쟁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안인해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공전되고 있는 6자 회담을 장관급으로 높여 북핵과 역내 영토 갈등을 모두 아우르는 안보협력 기제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차재복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중국은 민간 외교를 선행해 정부 간 외교를 촉진해 일본과 국교 정상화를 이룬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의 유연한 외교 DNA를 가진 나라”라며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역내 갈등을 관리할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상하이=신경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