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병의 북괴실정 폭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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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귀순한 북괴 강형순소위의 기자회견과 한국구조어부 4명의 처형소식은 북괴실정에 대한 충격적인 현장증언이란 점에서 다시 한번 대북 경각심을 새롭게 할 계기가 되었다.
북괴군 정치보위지도원이기도한 강소위의 증언에 따르면, 북괴는 극심한 식량난과 유류난등 가중된 경제난국위에서도 징집연령을 18세에서 17세로 낮추어 병력을 증강하는가 하면 남침용 땅굴을 지금도 계속 파는등 오로지 대남적화통일을 위한 군사력 증강에만 혈안이 되어 있음을 똑똑히 알게 됐다.
경제력의 규모에 걸맞지 않는 대규모의 군사력건설이 주민의 희생과 경제의 파국을 초래한다는 필연적 귀결이 지금 북한에서 최악의 상태로 나타나고 있음도 역시 알 수 있게 됐다.
특히 강소위의 회견내용가운데 우리의 관심읕 끄는 것은 북괴의 심각한 연료난이다.
월남의「캄보디아」침공을 비난했기 때문에 소련으로부터의 대북괴원유공급이 절반으로 줄었다는 외신보드에 이어 최근에는 중공의 대북괴 유류수출 중단설까지 파다하다는 그의 부언은 북괴의 어떤 한계상황을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까지 들게한다.
일개 소위가 종합적인 상황판단을 할 위치에는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보이지만, 북괴내부상황이 이처럼 핍박상태에 있다면 그 돌파구를 열기 위한 무모한 불장난의 우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강소위 말에 따르면 북괴는 군사력증강의 초점을 경보부대·유격부대·저격부대등 주로 비정규전 특수부대의 증강에 두고있다고 하는데 이런 부대의 용도는 묻지 않아도 알만한 일이다.
따라서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다는 북괴의 경제·사회적 상황과 이런 성격의 군사력증강사실을 결부하여 생각하면 우리는 그들이 내부적 모순과 긴장을 대남도발로 해결하려는 충동에 사로잡힐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더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으며, 따라서 우리로서는 전보다 더한 경계태세를 갖춰야할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강소위는 귀순전 모친별세소식을 여러차례 받고 휴가를 청원했으나 끝내 허가되지 않았다는 말도 했다. 이것은 한국해역에서 어로중 우리 해군에 구조됐다가 6일만에 북으로 송환된 어부 4명이 처형됐다는 「유럽」일간지의 보도와 함께 북한사회의 비인간적 참상을 생생히 증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혈육의 정 따위의 개념은 이미 그 사회에서 용납되지 않음은 말할것도 없고 단순히 한국사회를 며칠 보고왔다는 것이 사형에 해당되는 중죄로 처벌되는 것을 볼때 그 사회의 폐소성은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지 않은가.
최근 북괴가 3당국회의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도 이런 문맥에서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들은 그들 체제와 사회를 외부세계에 조금이라도 노출시키는 일은 도저히 하기 어려운 형편임이 이번 두 사건에서 입증된 셈이다.
따라서 이런 집단을 상대해야 하는 우리의 태세와 결의가 어떠해야 하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우리는 그들이 갖지 못하는 온갖 것-인간의 존엄성, 자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정신적·물질적 권리…등이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더 한층 대북안보태세와 정신자세를 굳건히 다져야 할 것이다.
강소위의 귀순을 환영하면서 그가이 자유사회에서 새로운 인생을 열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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