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과 아들·딸 결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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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구 내당 국민학교(교장 김신배)에는 학급마다 틀림없이 담임교사의 아들이나 딸이 한사람씩은 꼭 있다.
처녀교사 학급이나 총각교사 학급에도 예외가 아니다. 교사와 어린이가 어버이와 자식으로 결연 되지 않은 학급이 없기 때문이다. 이 학교에선 이를「친자회」(친자회)라 부른다. 교사들은 모두「친자회」회원으로 학급의 한 어린이와 친자관계를 맺어 교내는 물론 교외생활에까지 자식같이 보살펴 준다.
대상 어린이는 양친이 모두 없거나 어머니 또는 아버지가 없는 어린이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렵고 부모가 날품팔이 등으로 가정환경이 좋지 않은 어린이들이다.
스승의 몫에 어버이 몫까지 해야하는 교사로는 힘겨운 일이지만 어린이들은 가정에서 받아보지 못하던 부모의 사랑을 선생님으로부터 흠뻑 받으며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이 학교에「친자회」가 처음 조직된 것은 75년 3월. 5년째인 올해까지 4백여 명의 어린이가 선생님과 친자관계를 맺어왔다. 현재의 회원은 83명의 교사 중「친자회」운영을 지도하는 교장·교감선생님을 뺀 81쌍. 특히 지난해 가을부턴 육성회 및 어머니교실 간부들까지 참여, 84쌍으로 늘어났고 학부모들까지 이 조직에 참여함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매년 학기초면 어린이들의 가정환경을 상세하게 조사, 그 중 1명과 1년간 친자관계를 맺는다. 교육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교무회의 등에서 엄정 심사 끝에 결정한다.
교사는 이때부터 학교생활을 보살펴주고 봄·가을 소풍 때는 도시락을, 어린이날·추석·「크리스마스」등의 명절에는 학용품이며 옷가지 등을 선물하고 집으로 데려가 함께 지내기도 한다.
「친자회」회원 배용길 교사(39)는 행상을 나가는 홀어머니 밑의 6학년 6반 김종숙양(12)과 친자결연을 해 2년째이며 어버이의 사랑으로 지도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른 친구와 어울리지 않고 학교성적도 좋지 않던 김 양의 성격이 활발해진 것은 물론, 싱적이 반에서 10위로 뛰어 올랐다.<대구=김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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