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화살 막는 야당당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영국의회에는 간판이 없다. 의원들도 금「배지」를 달지않기 때문에 얼핏 봐서는「웨스트민스터」를 드나드는 사람들중에 누가 의원이고 누가 관광객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그러나 건물밖에 버티고 선「크롬월」의 기마상, 하원입구 양편에 서서 수문장처럼 사람들을 내려다보는「로이드·조지」와「처칠」의 입상, 그리고 7세기의 역사를 무겁게 의식케하는 장중한 원내분위기가 영국의회의 권위를 발산하고 있다.
최근 이 의회의 권능이 문제가 되고 있다. 보수당이 들어서서 노조에 위협적인 정책들을 하나씩 내놓자 노조의 과격파달이 파업을통해 보수당을 몰아내자는 이야기를 하기시작한 것이다.
이런 움직임에대해 가장 직선적으로 반대하는 사람은 의외에도 야당인 노동당의「캘러헌」전수상이다.
『보수당이 집권하게된 것은 투표함을 통해서다. 그렇다면 탈권도 투표함을 통해서 이뤄져야한다』고 그는 노조에 맞서 여당을 비호하고 있다. 서울에서 가끔 논란되는 중도통합론과는 다른다.
그의 주장은 노조가 정치적 이유로 공격한다면 의회민주주의전통은 무너지고 그 뒤에는 무정부상태가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의회의 권능에 위협이 된다면 정치적 동반자라도 적으로 삼고 의회를 수호하겠다는 야당지도자의 결의를 나타내는 것이다.
오랜 역사를 통해 영국의회는 많은 외부압력에 맞서 의회의 권능을 지켜왔다.
17세기「찰즈」왕이 병졸ㅇㄹ 데리고 하원에 쳐들어와 의장석을 점거했던 일이 있은 이래로 왕족이 하원구내에 발을 들여 놓는 것을 엄격히 금하고 있다.
3백년이 지난 지금에도 왕의 사자가 오면 면전에서 문을 닫아버리는 의식을 여왕의 시정연설때마다 되풀이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선거에서 패배한 야당당수가 여당에 쏠리는 화살을 막으려는 모습은 그러니까 떳떳한 것이다. 지금의 야당이 훗날 여당이 되는 경우를 생각하더라도「캘러한」은 역시 정치인인것같다. <장두성「런던」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