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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단절책임 떠넘기려는 북괴측의 역공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영삼신민당총재가 지난 11일 외신기자「클럽」회견에서『통일을 위해서는 북한의 책임있는
어떤사람과 시기와 장소를 가리지않고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한지 꼭 1주일만인 18일 북괴는
노동당정치위원겸 비서인 김일의 담화를 통해 김총재의 발언을 환여하고 나섰다.
북괴가 김총재의 회견내용에대해 예상외로 민감한 반응을 나타낸 것은 박정희대통령의「1·1
9」제의(북한의 어떤 책임있는 당국자와도 만나 대화할 용의있다)이후 수세에 몰려있던 데서 역
정세를 취하려는 저의를 드러낸 것이다.
즉 북한공산주의자들은 김총재의 회견내용이 대화단절책임을 한국측에 비가시킬수있는 정세조
성에 유리할것으로 평가하고 이를 그들이 상투적으로 주장해온「전민족대회」에 결부시키려는 의
도가 분명하다.
김일이 북괴권력 제2인자가 되는 부주석의 직함대신 노동당중앙위의 정치국원겸 비서이름으로
담화를 낸 것 자체가 이른바「정당대표자간의 대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담화에서『남북의 정당·단체들 사이의 폭넓은 협상과 접촉을 실현하려는 일관된 입장에 부합
되는 긍정적 제의』라고 한 것은 「당국자간의 대화」라는 우리측의 대북전략에 혼선을 초래시키
려는 목적이 깔려있다고 보아야 할것같다.
이렇게 볼 때 우리측의 「당국간대화」요구가 전체국민의 총의와는 무관한 것으로 만드는한편
대여 강경투쟁을 표방하는 김총재의 지도노선을 엄호함으로써 통일문제를 둘러싼 여야간의 논쟁
을 격화시켜 자중지란을 조성시키려는 것이 분명하다.
한걸음 더나아가 정부와 김총재간에 격돌이 생기고 김총재에 대한 제재가 야기될 경우 북괴는
통일을 원하는 인사에 대한 탄압의 결과로 몰아붙일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북괴는 또「통일논의가 어느 집권당이나 특정인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논리」를 업고 나옴으로
써 한반도긴장의 책임을 한국에 전가하면서 한반도문제의 해결을 위해 정파를 초월하고있다는 그
들의 주장을 한국사회내부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양선전할지 모른다.
진의가 어디에 있든 김총재의 발언이 우리의 남북대화추진에 어떤혼선을 일으킨다면 북괴의 적
화전략에 악이용될수 있다는 점을 일단 생각해야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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