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독, '세계 미디어 왕국' 꿈 눈앞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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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72.사진)이 마침내 미국의 위성방송사업 진출에 성공했다.

머독이 소유한 뉴스 코퍼레이션은 9일(현지시간) 미국 최대의 위성방송회사인 디렉TV를 66억달러에 인수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디렉TV를 운영하고 있는 휴즈전자(GM 계열사)의 지분 34%를 매입키로 한 것이다. 머독은 휴즈전자의 회장직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출신인 머독은 1천1백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디렉TV의 인수를 위해 지난 3년간 공을 들였다.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디렉TV는 미국 2위의 위성방송인 에코스타에 넘어가는 듯했다.

지난해 10월 미국 통신위원회가 양사의 합병은 독과점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며 제동을 건 것이 머독에게 승리를 안겨줬다.

머독은 이미 미국 언론계에서 착실히 뿌리를 내렸다. 뉴스전문채널인 폭스뉴스는 이미 CNN을 압도하고 있다.

이번 이라크전쟁 중에도 폭스뉴스는 CNN에 밀리지 않았다. 머독은 유선방송인 폭스TV도 운영하고 있으며 영화사인 20세기 폭스도 가지고 있다. 뉴욕에선 타블로이드 신문 뉴욕 포스트도 발간하고 있다.

머독은 홍콩에 본부를 둔 스타TV를 앞세워 중국시장에도 깊숙이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지난달 중국에서 중국어 방송권을 공식 획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스타TV는 중국 자회사인 피닉스 인포뉴스를 통해 중국내 고급호텔 객실(약 50만개)과 외국인 거주구역 등에서 중국어로 방송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일엔 유럽연합(EU)으로부터 유료TV회사인 '스카이 이탈리아'의 출범도 공식 승인받았다.

머독은 지난해 10월 프랑스 최대의 미디어그룹인 비벤디 유니버설로부터 이탈리아의 위성TV 채널인 '텔레피우'를 9억7천만달러에 인수했다. 여기에 이미 보유 중이던 '스트림'을 합병한 것이 스카이 이탈리아다.

영국에선 권위지로 통하는 '더 타임스'와 영국 최대의 발행부수(3백50만부)를 자랑하는 타블로이드 일간지 '선'을 발행하고 있다.

머독은 지난해 6월 한 인터뷰에서 토니 블레어 총리가 유로화 가입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할 경우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언론을 통해 부결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한편 머독은 후계 구도와 관련, 호주에서 신문사를 운영하고 있는 장남 러칠랜과 스타TV를 맡고 있는 차남 제임스에게 경영권을 나누어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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