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모르는 최고급차…"비쌀수록 잘 팔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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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고급차는 불황을 타지 않는다. 적어도 1분기 자동차 시장에선 틀린 말이 아니다. 국내 자동차사들의 1분기 재고대수는 6만5천9백66대에 이른다.

그러나 최고급 대형차 시장은 전혀 딴판이다. 현대 에쿠스는 여전히 잘 팔리고 있고, 지난달 출시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기아 오피러스는 10일 현재 주문이 8천여대나 밀려 있다.

고가의 수입차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올 1분기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는 4천1백83대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2천7백89대)보다 무려 50% 늘었다.

3월엔 1천4백71대가 팔려 전월에 비해 14.1%, 지난해 3월보다 26% 증가했다. 특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렉서스 RX330 등이 큰 인기를 모았다.

◆오피러스 열풍=요즘 기아차 임직원들은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지난달 12일 출시한 오피러스가 지난해 쏘렌토에 이어 대박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3천8백만~4천9백만원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오피러스를 사겠다는 부유층이 줄을 서고 있다.

오피러스를 지금 계약한다면 두달 이상 기다려야 한다. 지난달 28일에 첫 출고가 되는 바람에 차량 인도가 미뤄지고 있다. 그래서 차를 빨리 뽑아달라는 민원이 회사에 전방위로 접수되고 있다.

기아차 영업소 관계자는 "실제 계약대수가 1만대가 넘는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출고를 앞당기기 위해 이런 저런 연줄로 본사에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피러스 열풍에도 현대 에쿠스의 위상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지난달 1천5백93대가 판매됐다. 2월보다 11.2% 증가한 수치다.

반면 바로 아래 등급인 중대형차 현대 그랜저XG는 지난달 5천3백84대로 전월 대비 1.3%의 하락세를 보였다.

◆불황 없는 수입차=지난달 13일 출시된 렉서스 RX330은 보름여 만에 60대가 팔려나갔다. 이는 수입 SUV 중 월간 판매 최고 기록이다.

밀린 주문만 해도 1백대가 넘어 한국도요타는 일본 본사에 배정된 물량을 더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한국도요타 오기소 이치로 사장은 "고소득층의 수요를 만족시킨 RX330의 상품성과 정통 세단에 식상한 고객을 공략한 마케팅 전략이 적중했다"고 말했다.

포르셰의 첫 SUV인 카이엔 터보는 1억7천1백60만원으로 경쟁차종에 비해 비싼 편이다. 그러나 올해 수입물량인 6대가 지난달 24일 출시전에 모두 예약판매됐다.

포르셰를 수입하는 한성자동차는 포르셰 본사에 5대를 추가로 주문했다.

지난달 25일 시판된 스포츠카 BMW Z4도 이미 70여대가 예약됐고, 다음달 출시 예정인 아우디의 최고급 차종인 뉴A8은 올 배정물량 60대 중 이미 40대가 계약됐다.

한편 지난해 10억원짜리 스포츠카로 관심을 모았던 스웨덴제 코닉세그 2대가 이달 중 국내에 공수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굴지 재벌가의 3세와 대구에서 사업하는 지방유지가 각각 구입했다"고 귀띔했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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