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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명 경영대와 학점 교환, 지방 사립 단과대학으론 처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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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단과대학 교수 30명 중 24명이 외국인. 상당수는 미국 하버드·펜실베이니아대 같은 명문 출신….

 내로라하는 수도권 대학이 아니라 대전 우송대의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 얘기다. 솔브릿지 국제경영대는 최근 국내 지방 사립대 중에 처음으로 국제경영대학발전협의회(AACSB) 인증을 받았다. 이 인증은 미국 하버드·컬럼비아대 등도 받았다. AACSB가 교수진, 교육 프로그램, 학생 수준 등을 종합 평가해 준다. 인증을 받은 학교끼리 서로 학점을 교환할 수 있다. 앞으로 우송대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 재학생은 하버드대로 옮겨서도 국내에서 받은 학점을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존 엔디컷(78·사진) 총장은 “우수한 교수진을 불러들인 결과”라며 “지금 한국에서는 대학 구조조정이 이슈인데,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서도 유능한 교수 확보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내 대학의 유일한 외국인 총장이다.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국제정세, 특히 동아시아 역학 관계에 대해 연구하고 가르쳤다. 조지아공대 국제정책기술정책센터 소장으로도 일하다 2007년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장으로 우송대에 합류했다. 엔디컷 총장은 “내 전공인 아시아 지역에서 연구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참에 우송대 공모를 봤다”며 “우송대가 비교적 신설 학교여서 연구·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도 기여할 것이 많으리라 생각해 오게 됐다”고 밝혔다.

 우송대에 온 이후, 그리고 2년 뒤 총장이 되어서도 그가 힘쓴 건 유능한 교수 확보였다. “좋은 교수가 있으면 좋은 학생과 연구비는 따라온다. 내가 몸담았던 조지아공대 후배 교수들에게 ‘아시아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자’고 설득했다. 우송대와 자매결연한 대학을 돌아다니며 그 학교 총장에게 젊은 교수를 추천받기도 했다.”

 설득 끝에 우송대에 온 교수들은 좋은 성과를 냈다. 엔디컷 총장은 “오라고 설득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보람은 있었다”고 했다. 한국계인 하버드대 출신 죠슈아 박 교수가 지도한 학생들은 지난해 아시아 교육토론대회에서 우승했다. 결국 AACSB 인증까지 받게 됐다. 엔디컷 총장은 “인증 소식에 교수와 학생들 사기가 올라갔다”며 “앞으로는 젊고 유능한 교수를 데려오기가 더 쉬워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력 있는 교수진이 갖춰지면서 학생들이 몰려왔다.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 700명 학생 중 400여 명이 외국인 유학생이다. 미국·일본·중국·케냐 등 30여 국에서 왔다. 이들 역시 엔디컷 총장이 자매결연 대학 등을 돌며 불러들였다. 조지아공대, 중국 베이징외국어대, 일본 메이지대 등과는 복수학위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엔디컷 총장은 직접 강단에도 선다. 매 학기 한 과목을 강연한다. 그는 “총장은 항상 학생과 스킨십을 나눠야 한다”며 “강의는 내 지식을 전달하는 자리일 뿐 아니라 학생들의 자유로운 생각을 접하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엔디컷 총장은 한반도와 일본·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핵무기를 완전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만든 국제민간기구 동북아비핵지대화(LNWFZ-NEA) 사무국 의장을 지내기도 했다.

대전=글 신진호 기자, 사진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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