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미술 경매전의 의미|이경성<홍익대박물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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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술의 발전은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의 창조력에 의존하고 있지만 그것과 더불어 미술비평·미
술교육·미술출판 등 여러 가지 관련조건에 올바른 발전이 필요한 것이다.
더욱 근대 이후 미술이 하나의 화폐적 가치로 환산되어 이른바 미술시장이 형성되고나서부터는
미술가와 미술애호가의 관계는 화상을 중심으로 하는 미술시장과 삼각적인 존재로서 발전해왔다.
그러기에 한 나라나 한 시대의 미술의 발전 내지 보급은 그때 그때의 미술시장의 정상적인 존
재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조건이 되었다.
근래 한국사회에서 지적할 수 있는 일부 동양화를 중심으로하는 미술「붐」은 일종의 기형적인
것으로서 그에 빗나간 상업주의는 화단의 정상적인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크게는 한국현대미술의 올바른 좌표의 설정에 목적을 두고 작게는 미술시
장의 정상화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바랐던 것은 현대미술 경매전의 개최였다.
경매전의 의의는 첫째 작품의 가격을 공급자, 즉 미술가에게 의존하지 않고 수요자 쪽에서 결
정한다는 것, 둘째 작품의 가치를 크기에 따라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질의 우열에 따라서
결정한다는데 있다.
따라서 이와같은 경매전이 보급된다면 공급자인 미술가의 욕심도 억제되려니와 작품을 호당 얼
마로 결정하는 불합리한 사태도 해결할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번 신세계미술관이 개최한 한국현대미술 경매전은 우리나라 미술사상 처음
시도된 일로서 그 성과와 의의는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1회였던만큼 작품의 질이나 진행과정이 다소 미흡한 점도 없지는 않았지만 건전한 미술시장을
형성하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는데 큰 의의를 두어야할 것이다. 회를 거듭할수록 시정돼야할 것
은 시정되고 또 올바르게 발전된다면 상업주의에 물든 화단도 차차 정화될 것이며 가짜작품 문제
도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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