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많이 받아 드려요” 사기 주의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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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OOO과장입니다. 기초연금을 15만~20만원 입금해드리니 은행계좌 번호를 알려주세요."

지난달 25일 서울 구로구에 사는 A(72)씨는 전화를 받고 은행계좌 번호와 개인정보를 불러줬다. 현재 받고 있는 기초노령연금액 7만원의 두 배 이상을 받게 될 것이라는 기대에 덥석 개인정보를 주고 말았다. 전화를 끊고 미심쩍어 바로 은행에 연락해 예금 인출은 다행히 막았지만 하마터면 큰 피해를 볼 뻔했다. 노인을 대상으로 한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사기 수법이 7월 1일 기초연금제도 시행을 계기로 활개치고 있다.

복지부는 30일 "기초연금제도 시행을 앞두고 노인들에게 접근해 사기·절도를 저지르는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사기 유형은 기초연금을 대신 신청해주겠다고 접근해 신청·접수비 명목으로 금품 갈취 기초연금 담당 공무원을 사칭해 혼자 사는 노인들의 주소를 파악해 빈집 털기 기초연금을 더 많이 받게 해주겠다고 꾀어 주민번호를 알아내는 보이스피싱 등 다양하다.

부산에 사는 B(85·여)씨는 지난달 23일 병원 앞에서 만난 노인(80대로 추정)으로부터 "나라에서 노령연금을 20만원으로 올려주는데, 절차가 복잡하니 대신 신청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신청·접수비 명목으로 3만원을 건넸지만 떼이고 말았다.C(81)씨는 부산시 구포시장 근처에서 같은 수법으로 1만5000원을 빼앗겼다.

지난달 초 강원도 영월군 한 마을에 공무원을 사칭한 30대 남성이 찾아와 "기초연금제도 시행과 관련해 노인 실태를 조사한다"면서 혼자 사는 노인들의 주소를 파악해갔다. 이후 피해자 D(71)씨가 집을 비우자 몰래 들어가 현금 55만원과 통장을 훔쳐 달아났다.

부산시 북구에 사는 E(72)씨는 지난달 16일 기초노령연금을 신청했다. 열흘이 지난 26일 "연금을 더 많이 받게 해 주겠다"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연금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터라 전화 기계음의 안내대로 버튼을 눌렀다. 주민번호를 누르라는 대목에서 의심이 들어 중단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복지부 유주헌 기초노령연금과장은 "기초연금은 신청·접수비를 요구하지 않고, 신청 절차도 간단하니 본인이 직접 신청하는 게 좋다"며 "연금액은 마음대로 늘릴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연금을 많이 받아주겠다고 접근하는 경우는 십중팔구 사기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기초노령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은 기초연금을 별도로 신청할 필요가 없다. 기초연금을 새로 신청하는 사람들은 신분증과 연금을 받을 통장사본을 들고 동 주민센터나 읍·면사무소를 방문하면 된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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