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동맹속의「이탈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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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탈리아」총선결과 기민당은 공산당보다 7.2%의 우세를 기록했고 공산당의 득표율은 전회의 34.8%에서 31.5%로 약간 후퇴했다.
이 결과「프랑스」좌파연합의 좌절에 이어「이탈리아」공산당의 「베를링구에르」서기장이 주장해온 정권참여요구도 일단 퇴색하게 되었다.
공산당의「베를링구에르」서기장은 전회의 34.8%란 득표율을 배경으로 이른바「역사적 타협」이란 정권구상을 제창, 기민당·사회당·공산당·「가톨릭」세력간의 대연합 정권을 제창했었다.
그러나 기민당의「안드레옷티」내각은 공산당의 정권참가는 끝까지 사절하면서 공산당의 각외협력과 정책협의만은 계속 받아들이는 입장에 머물러 있었다.
공산당 역시 자체의 최종목표는 어디까지나 정권분담에 있었지만 우선엔 정책협의에의 참여라는 의회내여당의 지위에 일단 자족하고 있었다.
이러한 양당관계는 자금억제등 몇몇 기민당경제시책을 구현하는데는 일조가 되었는지 몰라도, 그대신 기민당 정권은 매사에 공산당의 찬성이나 기권이 있어야만 존립할 수 있는 처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공산당 역시 이러한 준여당적 자세가 고정되어감에 따라 당내 과격파들의 불만이라는 심각한 내부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당내의 과격파들은「베를링구에르」의 유연낙선이 자본주의와 기민당에만 이익이 되는 것이라고 매도하면서 보다 강경한 집권투쟁으로 전환해야할 것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개중의 일부 급진파들은 당을 떠나 극좌파로 이탈하기도 했고, 당외의 「테러리스트」들은 기민당과 공산당을 똑같은 타도대상으로 간주하기까지에 이르렀다.
이러한 동요로 지난 한해동안 공산당의 신규가입자 증가율은 최악의 하락세를 드러냈고, 「베를링구에르」로서는 각외협력이냐 입각투쟁이냐의 택일을 더 이상 유예하기가 힘들게 되었다.
이 기로에서「베를링구에르」는 결국 후자의 길을 선택한 폭이 되었으나 선거결과는 각외협력도 입각도 아닌 전면야당화로 돌아갈 공산이 짙어지고 있다.
기민당은 이번에 공산당을 앞지르기는 했으나 공산당이 잃은 표를 전폭 흡수하는데는 성공하지 못했고, 그 공산당 반대표는 대부분 중도파 각당으로 분산된 양상을 드러냈다.
이 중도파 흡수표는 결국 공산당의 정권참여는 반대하나 동시에 기민당의 실정과 「장노정치」에도 염증을 느끼는 표라고 분석되는 것이다.
이점에서 앞으로 기민당은 이 중도파흡수표의 개혁흥망을 잘 파악하여 임박한 조각구상과 정책구상에 십분반영해야할 입장에 처한 셈이다.
이제 기민당은 공산당의 집요한 입각요구로부터는 일단 한숨을 돌렸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시 전면 야당화할 공산당은 앞으로의「이탈리아」정국을 수습보다는 혼란쪽으로 계속 몰아가려 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기민당정권의 전도는 결코 평온할 수 만은 없을 듯 하다.
「이탈리아」정국의 불안정과 경제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이번에 득표율을 신장시킨 사민당·공화당·급진당 및 가급적이면 사회당까지도 공산당과의 좌파연합 보다는 기민당의 체질개선을 전제로한 범중도연합정권에 참여하여, 『서방동맹속에서의「이탈리아」』를 부흥시키고 공고히 하는데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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