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준의 세컨드샷] 냉혈함·고집에 강한 승부욕 … 우즈·닉 팔도에겐 소시오 패스 성향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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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속담에 ‘사람 좋으면 꼴찌(nice guys finish last)’라는 말이 있다. 스포츠에서 이 말은 꽤 잘 맞는다. 상대를 인격적으로 대하는 좋은 사람보다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자신의 이기적 감정만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 이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발간된 『나, 소시오패스』라는 책을 보고 챔피언의 모습과 소시오패스가 흡사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소시오패스는 번역하면 반(反)사회적 인격 장애 정도로 해석된다. 소시오패스의 특징은 자기중심적, 감각 추구적 성향, 대인관계에서의 지배욕, 언어 폭력성, 과도한 자부심이다. 감정이 메말랐고 그래서 복잡한 상황에서도 동요하지 않는다.

 타이거 우즈가 소시오패스의 범주에 포함된다. 6년간 우즈의 코치를 한 후 그의 사생활에 대한 책 『빅미스』를 쓴 행크 헤이니는 “그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엄청난 능력이 있다. 동시에 이기심·과대망상·똥고집·차가움·잔인함·좀스러움·싸구려 기질도 있다”고 했다. 우즈는 남에 대해 관심이 없다. 우즈는 TV를 볼 때 아이스크림을 먹곤 했는데 한 번도 헤이니에게 먹어보라고 권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강한 승리욕과 무자비함도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특징이다. 우즈는 필 미켈슨, 비제이 싱, 어니 엘스 등 덩치 큰 경쟁자와 확실하게 거리를 뒀다. 친해지면 상대가 경기할 때 마음 편해질까봐 걱정해서다. 짐 퓨릭이나 스티브 스트리커 같은 수수한 선수를 좋아했다.

 우즈는 자신의 레슨서인 『나는 어떻게 골프를 하나』에서 “상대의 머릿속에 들어가 그를 무너뜨릴 수 있다면 매치를 끝내는 데 유리하다”고 썼다. 우즈의 어머니 틸다는 어려서부터 아들에게 “상대를 박살내라”고 가르쳤다. 우즈는 2000년 US오픈 최종라운드에서 10타 차로 앞서고 있는데도 과감하게 코스를 공략하면서 15타 차 우승을 했다. 이때 잔인하게 짓밟힌 경쟁자들은 우즈에 대해 붉은색 공포를 갖게 됐다.

 우즈는 연습라운드를 하면서 돈 내기를 하다 지면 두 배를 걸고 더 하자고 조르는 버릇이 있었다. 내기를 할 때는 자기가 질 수 없는 상황을 만든다. 돈 내기는 싱거워 동네 프로 지망생과는 타당 150개씩 푸시업 내기를 하기도 했다. 그는 어린 선수들의 고통스러운 푸시업을 지켜보는 걸 즐겼다고 헤이니는 증언했다.

 소시오패스는 진실되지 않고, 이에 대해 죄의식을 가지지 않는다고 한다. 우즈는 공을 잘 못 치고 나서 ‘공은 잘 쳤는데 퍼트를 못 했다’는 식으로 얘기하곤 했다. 반대로 공을 잘 치고 나서도 미디어에는 잘 못 쳤다고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는 미디어와 철저히 계산된 거래를 하려 했고, 인터뷰 거부를 무기로 자신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쓴 기자를 쫓아내라고 언론사에 위협을 가했다.

 우즈의 섹스스캔들은 어릴 때 골프장 등에서 백인들에게서 받은 인종차별을 백인 여성에게 풀려 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뛰어난 골퍼 중 소시오패스의 성격이 있는 이는 우즈뿐만이 아니다. ‘얼음 인간’ 혹은 ‘작은 괴물’로 불린 벤 호건을 비롯, 월터 헤이건, 닉 팔도 등이 마키아벨리와 냉혈한의 모습을 함께 가지고 있다. 미국 미디어들은 마이클 조던과 코비 브라이언트 등 다른 종목의 최고 스타들도 소시오패스의 특징이 있다고 본다.

 소시오패스가 나쁘기만 한 건 아니다. 한 곳만 바라보는 집중력, 감정조절, 모험 추구, 정상에 대한 갈망은 장점이다. 소시오패스의 에너지를 범죄가 아니라 스포츠에 투사할 수 있다면 위대한 챔피언을 만들 수 있다. 찰스 다윈의 손자로 골프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 골프 라이터 버나드 다윈은 “골프에서 가장 불필요한 것은 시인적 감성”이라고 했다.

성호준 기자 kar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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