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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가 만난 사람] "난 사업가 출신 … 한국 경제개발 노하우 배우고 싶어"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오라시오 카르테스 파라과이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파라과이 아순시온 대통령 관저에서 중앙SUNDAY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동현 기자

지난 18일 오후.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에서 동남쪽으로 200여㎞ 떨어진 작은 도시 카아자파에 삼색 파라과이 국기와 태극기가 함께 나부꼈다.

이날 카아자파에서는 파라과이 국토의 남북을 잇는 8번 국도 카아자파~주트 80㎞ 구간의 도로 건설 및 재정비사업 기공식이 열렸다. 시공사는 한국의 일성건설. 파라과이 역사상 처음으로 국제입찰을 통해 외국 기업이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사업을 따냈다.

기공식장의 대형 전광판에는 파라과이 국기와 태극기 사이에 스페인어로 ‘새로운 길을 함께 건설하자(Construyendo Juntos un Nuevo Rumbo)’는 글귀가 비쳤다. 기공식 후 만난 라몬 히메네스 가오나 파라과이 공공사업부장관은 “단순히 도로를 건설하는 것뿐 아니라 SOC 개발을 통해 단기간에 경제 발전을 이뤄 낸 한국의 노하우를 전수받고 싶다”고 말했다.

남한 면적의 4배인 남미의 심장
파라과이는 남한 면적의 4배가량 되는 영토를 가진 남미 내륙국이다.

남미 대륙 한가운데 있어 ‘아메리카의 심장(Corazon de America)’이라고 불리지만 덩치 큰 남미 국가들 사이에선 작은 편에 속한다. 19세기 중반 이웃 국가와의 전쟁으로 영토 4분의 1을 잃고 인구의 절반이 사망했다. 20세기 들어선 알프레도 스트로에스네르 정권의 군부독재가 35년이나 이어지면서 남미 최빈국으로 전락했다.

2008년 대선에서 가톨릭 사제 출신인 페르난도 루고 전 대통령이 콜로라도당의 61년 일당 독재를 무너뜨리고 좌파정권을 수립했지만 지난해 의회 탄핵으로 실각했다.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담배 재벌인 오라시오 카르테스(58) 현 대통령과 우파 콜로라도당이 재집권했다.

카르테스 대통령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친기업정책과 사유재산 보호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외국자본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파라과이 경제를 발전시키고 고질적인 빈부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주장이었다.

이날 오후 아순시온의 대통령 관저에서 중앙SUNDAY와 만난 카르테스 대통령은 “짧은 기간 동안 저개발국가에서 선진국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한 한국은 파라과이에 모범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8월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집권 2년차를 맞았는데 그동안의 개혁 성과를 설명해 달라.
“약속한 (경제 개발) 프로젝트들을 하나씩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는 빈곤 타파와 국가 경제 개발을 통해 파라과이를 국제화하는 게 목표다. 외국인들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다. 법률과 제도들을 의회와 함께 정비해 나가고 있다. PPP(민관 협력방식) 법률 제정이 대표적이다. 오늘 기공식을 가진 8번 국도 건설·재정비사업은 파라과이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한국의 기술과 선진 스탠더드에 맞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한국 경제 개발 모델을 본떠 SOC 개발을 통한 산업 육성을 계획하고 있는 걸로 안다. 앞으로 로드맵과 산업 육성 비전은 어떤 게 있나.
“파라과이의 장점은 지정학적으로 좋은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파라과이를 통해 브라질·아르헨티나·칠레 등 모든 남미 국가가 연결된다. 파라과이는 ‘남미의 심장’이라고 불리지만 그동안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앞으로 힘차게 박동할 수 있도록 핏줄을 연결할 것이다. 철도·공항·도로를 만들 것이다. 그리고 남미 대륙을 가로지르는 파라과이강과 파라나강이 파라과이를 지난다. 하천 운송을 정비하면 브라질의 농산물을 태평양으로 연결하는 등 남미의 물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 차부품 업체, 현지인 1300여 명 고용
-그동안 외국자본들은 파라과이의 불안한 정세 때문에 투자하기를 꺼렸다. 친기업 환경을 만들기 위해 어떤 정책을 추진할 것인가.
“난 ‘파라과이 가격(Paraguay Price)’을 얘기하고 싶다. 파라과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깨끗하고 값싼 전력(수력발전)을 생산할 수 있다. 세율도 낮다(법인세와 관세 10%). 인구의 74%가 34세 이하여서 젊은 노동력이 많다는 것도 강점이다. 이미 브라질 등 남미 국가는 물론 일본과 한국 같은 아시아 선진국들도 파라과이에 생산공장을 세웠다. 지난해에는 한국 자동차부품업체(THN)가 공장을 세워 1334명을 고용했다.”

-외국자본이 안전하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지 걱정할 수 있다.
“이달 파라과이의 국가 신용등급은 6개월 만에 BB 등급으로 격상됐다. 중앙은행의 지급준비율도 높아졌다. 국책사업의 경우 지급보증 등 국제기준에 맞춰 자금 운용을 해 나갈 것이다(일성건설도 공사대금 지급 관련 국제기준에 맞춰 계약했다). 나도 사업가 출신이니 정치·사회 안정이 이뤄져야 투자의 안전성이 보장된다는 걸 안다. 투자하기 좋은 나라로 바꿔 나갈 것이다.”

-고질적인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노력해 왔는데 성과가 있는가.
“전 정부인사와 전직 국회의원 등 여러 명이 사법 처리됐다. 현재 60여 건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투명한 정부 운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지금 판사 임용 절차를 진행 중인데 국민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이 과정을 지켜볼 수 있게 했다. 공공의 자원은 시민의 것이라는 생각으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늘 기공식을 한 8번 국도 건설사업도 사상 처음으로 국제입찰을 통해 한국 건설사가 공사를 맡았다. 공정입찰을 통해 20%나 건설비용을 아꼈다. 지금까지 파라과이의 대형공사에는 늘 뒷돈이 오갔지만 이번 프로젝트에선 단돈 1달러도 뒷돈이 없었다고 확신한다.”

-국부(國富)가 극소수 재벌들에 집중돼 있는 게 사실이다. 개혁에 대한 기득권의 저항은 없나.
“아기가 태어나기 위해선 울음을 터뜨리기 마련이다. 아픔을 겪어야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는 것 아니겠나. 저항이 없지 않겠지만 잘 설득할 것이다.”

-8월 방한에서 어떤 논의를 할 생각인가.
“우선 여러 한국 기업이 파라과이에 투자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한국을 형제의 나라로 생각한다. 받기만 하는 나라가 아니라 우리가 가진 것을 제공해 함께 발전하길 원한다. 경제 개발을 이뤄 낸 한국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

아순시온=이동현 기자 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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