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롱불 낙도에 전기가 들어온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철버덩, 철버덩』-.
홍두깨만한 굵기의 검은「케이블」이 5월의 짙푸른 바다를 가르며 수면밑으로 빨려 들어간다. 마치 흑룡이 바닷속으로 자취를 감추듯.
전남신안군암태면초란도 앞바다. 수십 세기를 호롱불 밑에서 잠자온 이 암흑의 낙도에 문명의「심벌」인 전기를 끌어들이는 공사가 한창이다.
육지라면 전주를 세우고 송전선을 가설하겠지만 여기는 바다가 섬과 섬을 갈라놓은 외딴 고지. 그래서 해저「케이블」을 드리워 육지에서 전기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만7천가구 혜택>
한국전력은 64년까지 도시의 전화사업을 1백% 완성하고 65년부터는 농어촌·벽지 전화사업을 벌여 지난해말까지 2백75만4천호의 전화를 마쳤다. 이로써 전국의 전화호수는 4백91만l천1백71호로 내륙의 경우 산간벽지 극소수의 독립가옥을 제외하고는 l백% 전화가 이루어졌다.
이어서 올해부터는 외딴섬으로 현대문명에서 배제된 낙도의 전화사업을 시작, 1차로 아직까지 전기가 들어가지 않은 신안군내 35개 도서 l만7천1백8가구에 대한 전화사업에 손을 댄것이다.
총60억3천9백만원의 공사비를 들여 오는 8윌까지 완성할 신안지구전화사업의 특징은 내륙의 철탑식 송전과는 달리 해저「케이블」이라는 점.
해저「케이블」방식은 거리가 멀어 철탑을 세워가지고는 도저히 전선을 연결시킬수 없는 섬과 섬사이의 바다밑에 단선을 깔아 전기를 끌어 들이는 것. 신안지구에는 13개 섬과 섬사이에 직경11.5∼15㎝짜리「케이블」13·2㎞가 들어간다.
「케이블」의 용량은 6만6천V짜리와 2만2천V짜리등 두가지로 섬 곳곳에 변전소를 설치, 가정으로 인입한다.
일본에서 들여온 이「케이블」은 전기가 흐르는 동선을 절연체·방식제 등으로 15겹이나 싸고 다시 2겹의 강철선으로 보호한 특수전력선으로 수명 1백20년짜리라는 것. 상어가 날카로운 이빨로 물어뜯는다 해도 끄떡없다고 한다.
일본의「스미또모」(주우)전기가 하청을 맡아 지난10일 착공한 공사는 이미 소출도와 당사도간 2·5㎞를 마치고 지금은 초란도와 암태도 2·3㎞의 2공구공사를 진행중이다.

<섬곳곳에 변전소>
공사에는 일본에서 들여온 1백t짜리 예인선 제3협영환과 2천t급 포설선 현무호, 「모터·보트」1대, 용선2대가 사용된다.
먼저 2대의 용선이 포설선을 정위치에 고정시킨뒤 포설선의「홀딩·머신」의「스위치」를누르면 m당 40kg이나되는 육중한「케이블」이 춤추는「코브라」처럼 머리를 들고 높이 13m나 되는 포설탑위로 올라간다.

<케이블 수명 백20년>
그러면 「케이블」이 물에 가라앉지 않게 1m간격으로「튜브」를 매달고 이를 바다위에 띄워「모터·보트」가 목표지점으로 끌고간다. 이때 조수에「케이블」이 휘지 않도록 잠수부들이 바닷속에 뛰어들어「튜브」를 밀어 일직선으로 만든다.「케이블」이 맞은편 섬에 고정되면「튜브」를 풀어「케이블」을 바닷속에 가라 앉히고 양쪽을 「시멘트」로 덮어 고정시키는 것이다. 글 정동준기자 사진 제흥모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