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리길 ″장보기 원정〃… 반찬 값을 아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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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동전 한닢 이라도 아끼려는 알뜰 주부들의 열성이 50리를 장보러 간다. 주인공은 서민「아파트」단지인 서울 잠실「아파트」의 극성 주부들. 단지 안에「슈퍼 마키트」를 비롯, 생선·야채·과일가게 등이 즐비하게 있으나 턱없이 비싼 값에 시달리다 못해 청량리시장까지 20㎞를 넘는 원거리「쇼핑」을 시작, 거의 절반 값으로 각종 물품을 사고있다.
난파직전의 가계를 건저 보려는 주부들의 안간힘이다. 잠실 주부들의 이 같은 알뜰「쇼핑」이 시작 된 것은 지난달 23일부터. 수협이 잠실단지∼청량리 수산물공판장을 왕래하는 무료「버스」를 하루에 2번씩 운행하면서부터 였다.
운행 첫날에는 정원인 43명을 겨우 채우더니 한번 다녀온 주부들이 절반 가량의 싼값으로 싱싱한 생선·야채·채소 등을 구했다는 소문이 들자 다음날부터 한차에 1백명 이상씩 몰려 요즘은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 기다려야만 차례를 잡을 수 있다.
14일하오 수협「버스」로 김치 거리를 사러간 신숙환씨 (41·잠실2단지225동316호) 는 단지안 가게에서 4백원씩 주고 사던 것보다 더 큰 무우를 2백원씩에 사는 등 모두 3천3백60원어치를 샀는데 이는 단지안 가격으로 6천원어치가 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조영실씨(27·2단지39동306)는 종전에는 시내「버스」를 두 번 갈아타야 하고 무거운 채소 보따리를 잘 실어주지 않아 애를 먹었다며 수협「버스」가 계속 운행 될 경우 7식구의 부식비가 한 달에 2만원 가량 절약 될 것 같다고 했다.
주부들이 청량리공판장에 내려 장보는 시간은 50분.
「버스」가 도착하면 주부들이 우르르 몰리기 때문에 며칠 전부터 공판장 주변에는 이들에게만 약간 값을 올려 파는 얌체상인들도 생겨났으나 그래도「아파트」단지 안의 워낙 비싼 물가에 시달린 『잠실아줌마』에게는 「훨씬 싼 편」이다.
수산물공판장에는 동부청과시장이 붙어있기 때문에 야채·과일도 한꺼번에 살 수 있어 주부들의 장보기로는 안성 마춤.
이「버스」운행으로 골탕을 먹는 것은 운전사 최찬호씨 (43)와「아파트」단지 안의「슈퍼마키트」등 상인들.
최씨는 이「버스」가 수협 직원 통근용인데「버스」통로와 좌석에 채소 찌꺼기·흙·생선조각 등이 떨어져 청소하기에 진땀을 뺀다.
그러나 최씨는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알뜰 주부들이 서로「버스」를 타려고 애쓰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끼고 한 사람 이라도 더 태워주고 싶다고 했다. <권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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