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넘자 『혁명가』가 『에델바이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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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편집자주=다음은 최근 평양에서 열렸던 제35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취재했던 AP통신 이디스·레더러 기자의 평양∼북경 국제선열차 승차기다.)
【북경11일AP합동】평양발 북경행 국제선열차는 그 옛날 유럽과 이스탐불 사이를 오가던 유명한 오리엔트 특급열차처럼 낭만을 담고있다.
주2편의 이 평양∼북경선 특별열차는 1천㎞ 떨어진 두 도시를 24시간만에 주파하며 요금은 28·75달러(약 1만4천원)다.
평양세계탁구대회를 취재했던 미국기자 4명은 지난9일 정오 이 열차로 압록강을 건너 10일 아침 예정보다 거의 2시간이 빠른 22시간30분 동안의 긴 여행끝에 북경역에 도착했다.
열차가 9일 압록강철교를 칙칙폭폭 소리를 내며 건널 때 눈에 띄는 군인이란 열차에 탄 중공군장병 몇 명뿐이었으며 평양쪽의 들판에는 부녀자들의 일하는 모습이 보였고 공장굴뚝들은 흰색연기를 조용한 하늘에 내뿜고있었다.
열차가 평양역을 떠날 때 『혁명가』만이 들려왔으나 북경에 도착하기 직전에는 『올드·랭·자인』 『사운드·오브·뮤직』 『에델바이스』등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연도의 북한땅에는 지붕이 둥근 전통적 한옥, 중공땅에는 초라해 보이는 벽돌집이 보였고 두 나라의 거리에선 승용차는 볼 수 없고 트럭과 군용 지프만이 눈에 띄었다.
압록강연안의 국경도시 신의주의 중심가에는 거대한 김일성 동상이 서있었고 북한측 식당차에도 김의 초상화가 걸려있었다.
그러나 강 건너 중공의 변경도시 단동(구 안동)에는 포플러가로수 사이에 모택동 동상이 보였으나 중공측 식당차에는 사진들이 걸려있지 않았고 『푸른 다뉴브강』이라는 노래만 흘러나왔다.
열차는 북한측 국경에서 1시간여동안 머물러 승객들이 출국수속을 하게했고 중공측 국경선에서도 이에 못지 않은 지루한 입국수속을 해야했다.
열차에는 중공선수단도 타고있었는데 여자단식패권을 차지한 갈신애 주변에 소수의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식당차는 점심으로 북한산 맥주와 포도주·김치·돼지고기요리 등을 내놓았고 저녁으로는 중공산 맥주와 포도주·각종 중화요리 등을 내놓았는데 메뉴는 중국어·한국어·베트남어·소련어·영어 등 5개국어로 인쇄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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