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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에 중국 필요" 82% … "중국식품 안 살 것" 8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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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국과 북한의 사이는 점점 멀어지고 있지만 한국과 중국 관계는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7월 초 방한을 계기로 중앙일보와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이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의 결론이다. 특히 군사적 부분에 대한 한국인의 심리적 거부감이 많이 줄었다. ‘제2의 6·25전쟁이 일어날 경우 중국이 북한을 돕기 위해 개입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34.9%만이 ‘중국이 북한을 도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2012년 이명박 정부 때 이뤄진 설문조사 결과(75.9%)에 비해 절반 이하로 감소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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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혈맹으로 불렸던 북·중을 하나로 보는 여론은 박근혜·시진핑 정부 출범과 함께 변하고 있다. 지난해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이 ‘북핵 불용’이라는 원칙을 지키며 유엔 안보리 제재 등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에서 한·중 간의 신뢰가 쌓여가는 모양새다.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도 최근 “북·중 군사동맹이란 건 없다”며 북한에 대한 중국의 인식을 보여줬다.

 실제로 한·중이 경쟁 상대인지 협력 상대인지를 묻는 질문에 한국인의 60.8%가 ‘협력 상대’라고 응답했고 32.7%만이 ‘경쟁 상대’라 답했다. 지난해 12월 중국의 일방적 방공식별구역(CADIZ) 선포 당시에도 51.1%가 중국을 협력 상대라고 여겼다. 중국의 지속적 국방비 증강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안보위협 대상으로 인식하던 과거 경향이 변화하는 셈이다. ‘중국과의 안보 협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81.0%가 ‘안보 협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통적 안보 파트너인 미국뿐 아니라 중국과도 협력해야 한다는 인식이 국민 사이에 확산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국민들은 중국과의 협력 사안으로 ‘북핵’ 문제를 첫손에 꼽았다. 오는 7월 한·중 정상회담의 핵심 현안에 대해 53.6%가 북핵 문제라고 답했다. 중국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하는 국가’를 묻자 당사국인 한국(33.7%)보다 중국(34.3%)이 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22.5%)보다는 10%포인트 이상 높다. 통일문제도 마찬가지다. ‘한반도 통일과 평화구축을 위해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82.4%에 달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68.1%가 ‘중국이 남북한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중국의 의도와 우리의 기대 사이에 괴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중 간 마음의 거리가 가까워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과도기 라는 평가도 나왔다. 한국인들의 대중 인식 변화는 과거 중국을 무시하는 경향에서 중국의 경제적 발전에 따라 ‘기회의 땅’이라는 인식으로 바뀌었다가 지금은 ‘기회와 위협의 혼합’ 양상이다. 이는 양국의 협력이 경제 ·투자 분야에만 집중되고 정치적으로 멀었던 기형적 구도로 인해 일어난 ‘이미지 시차’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중국과 중국인을 구별해 중국은 부상하는 대국으로 보는 데 비해 중국인은 아직까지 깔보는 경향도 있다. 중국인의 한국 인식도 마찬가지다. ‘한류’ 등에 열광하면서도 역사적으로 ‘사대’를 하던 소국(小國)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과거 동북공정, 베이징 올림픽 당시 혐한 분위기 등이 국민감정 악화로 이어졌던 뿌리에는 이런 상호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은 중국산 제품이나 식품에 대한 인식에서 확인된다. ‘구매하려던 제품이 중국산이라면’이란 질문에 한국인의 61.5%는 ‘살 마음이 사라진다’고 응답했다. 중국산 식품 구입 질문에 대해서는 80.6%가 ‘구매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는 여전히 ‘중국산(産)은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한국인 마음에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한·중 국민들은 ‘상호 간에 열등감과 우월감이 동시에 표출되는 패러독스의 상황’에 있다”며 “양국 관계가 급진전하고 있지만 국민들끼리 이해할 만한 시간과 노력이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이런 인식 괴리에도 불구하고 향후 한·중 관계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이다. 우리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 출범 후 한·중 관계가 좋아졌다’(62.0%)고 바라보고 있으며 향후 한·중 관계에 대해서도 70.8%가 좋아지거나 매우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지윤 아산정책연구원 여론계량분석센터장은 “향후 박근혜 정부는 ‘인문 교류’와 같은 중국과의 문화 교류를 강화해 나가는 방법을 통해 양국 간 근본적인 신뢰를 구축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지혜·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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