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련간의 전화개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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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과 소련간의 공식적인국제전화가 25일영시를 기해개통되었다.
지금까지 한국∼소련간의 통화례가 없지는 않았으나 그것은 모두 일본을 중계로 한
것이었고, 소련당국의 공식적인 동의아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협약에 따른 공식적인 국제전화개설은아니었다.
따라서 양국간의 이번 전화개설은소련당국의「공식적인 동의」가 있었다는 점에 의의를 찾을 수 있으며, 그것을 한·소간의 관계개선의 징후로까지 볼 수는 없더라도 우리로선 바람직한 사태의 진전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은 지금껏 여러차례 다각적인접촉을 통해 소련과의 전화개설을 추진해 왔으나 그 마다 소련측의 거부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가까운 예로 작년9월「레닌그라드」에서 열린세계여자배구대회때에도 전화개설을 교섭했지만 역시 거절당했던 것이다.
소련은 그동안 ITU협약 제31조의 『‥국가의 안보를 해치거나 국내법령에 위배될 우려가 있을 경우…거부할 수 있다』는 규정에 근거해 한국측 요구를 거절해온 것으로 알러져 있는데 영국이 중재에나선 이번 교섭에서는 이태도를 바꾼것이다.
공산권국가와의 국제전화개통은 이번으로 6번째인데 이중에는 오랫동안 적성국으로 간주돼온「쿠바」까지포함돼 있는 점으로 보아 소련파의 전화개통에 지나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한국과 소련은 다 같이 ITU회원국이라는 점에서 양국간 전화개통은 당연한 일로 보이며, 우리가 지난48년에 ITU에 가입한 이래 지금껏 개통이 지연돼온 자체가오히려 부자연스런 냉전의 소산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나마 이런 부자연스런 부통이 해소된 것은 다행이 아닐 수 없으며, 이념과 체제를 떠난 화해와 교류로 가고 있는 오늘날 국제적 추세의 한반영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25일 영시 개통된 직후 서울과「모스크바」에 흩어져있던 자매가 3O여년만에 처음으로 육성의 대화를 나눈장면은 TBC의 녹음중계로 생생하게 전해졌는데 이런 점에서 보면 우리하고는 지척지간에 있는 평양이 오히려「모스크바」보다도 까마득히 멀리 떨어진 감을 준다.
이제 소련·「쿠바」와도 통화가 되는 터에 지척의 북한과는 통화가 안 되는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더우기 북한·측은 조절위와 적십자간에 설치된 그나마의 직통전화마저일방적으로 중단했으니 새삼 그들의 폐쇄성과 시대역행을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소련과의 전화개설이 80년「모스크바」에서 열릴「올림픽」대회를 앞두고 이뤄진 것도 좋은 일이다.
제3국의 중계없이 우리 선수단의경기상황이 현지에서 직접 전해질 수 있는 것도 좋은 일이려니와,「타슈겐트」 소련내 각지에 살고 있는 수많은동포와의 육성교환이 가능해진 것 도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이번 전화개통을 계기로한·소간의 점진적 관계개선의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바라면서 정부도 폭넓은 자세와 장기적인 안목으로 임해주기를 당부하고 싶다.
특히 최근 우리 탁구「팀」의 입북을 끝내 거부하는등 폐쇄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북한측도 시대의 흐름을 더 이상 거부할게 아니라 우선남북간 직통전화만이라도 재개하는 자세변화를 보이도록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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